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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몰래 선본 ㅇㅊ이야기(1)2020-07-21 01:52
카테고리이야기 > 연애
작성자 Level 10


 

며칠전에 자게에서 흥했던 바람핀 여친이야기 보면서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자게이님들은 공감하지 마시길 바라면서 한번 끄적여봅니다.




군제대 후 복학한 학교생활에 슬슬 지쳐가던 시기였습니다.


내가 못 어울리는건지 애들이 날 부담스러워 하는건지 무튼 스스로 왕따 비스무리하게 지내는 와중에도


재수시절부터 절 뒷바라지(?)해준 여친님의 보양으로 근근히 버티며 살고 있었습니다.




여친과 저는 장거리 연애였는데 거의 주말엔 빠지지 않고 만나서 놀고 자고... 그랬...었죠.


근데 여친이 좀 뭐랄까 저에 대해 의심이 많았습니다.


한번도 만나는 중에 바람이란걸 피운적도 없었는데 저 만나기 직전에 만난 남자가 그래서인지


암튼 가끔은 사람 미쳐버릴정도로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연락도 없이 막차타고 야밤에 갑자기 자취방으로 찾아온다던지) 워낙에 보양이 좋았기에...그리고 사랑했기에


잘 만나고 있었죠.



수업이 일찍 끝난 어느날 할것도 없고해서 학교 도서관 컴실에 가서 인터넷을 하며 노닥거리는데


우연히 인근대학에 다니는 ㅊㅈ와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돈이 많은건지 21살 ㅊㅈ가 차도 있고 말하는거보면 일부러 티내는건 아닌데


뭔가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완전 우월한 그런 얘기가 많더군요.



그거에 열폭을 한건지 괜히 콧대 좀 눌러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함 꼬셔보자'


오기발동.



근 한달을 메신저로만 얘기하다가 어느날 드뎌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일명 벙개.


다들 경험 한번씩은 있겠지만 일단은 긴장도 되고 여친이 있는 경우엔 스릴도 있고 ㄷㄷ 그러면 안되지만 ㅎ



이날 저의 목적은 오로지 한가지.


술집에서 출발 MT에서 정복.




나름 아끼던 귀한 옷 차려입고 나갔더니 내 스탈이 아니더군요.



일단 외모에서 평점이 그저그런 수준?


사진도 본적이 없어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나보네요.


암튼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옷은 꽤 비싼 브랜드.





저는 무조건 ㅊㅈ를 눌러주겠단 목표 하나만 갖고 나온 몸이라


우선은  ㅊㅈ의 기분을 정성들여 맞춰줘가며 술을 마셨습니다.


어느정도 술이 되자 자리를 이동해서 또 술을 마셨습니다.


근데 이 ㅊㅈ 술빨 장난 아니네요.


초반엔 슬슬 달려서 잘 못마시는 줄 알았는데


2차 장소로 옮긴 다음부터 소주를 시키는데...



흔한 소주잔이 아니라 맥주잔을 달라네요 ㄷㄷㄷ



놀래서 "아니 맥주잔은 왜? 소맥하려고?"


ㅊㅈ가 자연스럽게 "나 원래 소주는 여기다가 마시는데?"


ㄷㄷㄷㄷ


친구들이랑도 평소에 소주는 맥주잔에 꽉꽉 눌러 채워서 마신답니다.




과정생략하고.



제가 뻗어버렸습니다.


ㅊㅈ한테 술좀 먹여서 자빠트리겠단 계획 급수정.


이 ㅊㅈ가 나눠마시는걸 안배웠다네요.



무조건 원샷으로 둘이 한 6병은 마신것 같습니다.(저는 중간에 끊어 마시기도 했어요 ㅎㅎ)


자취방에 도둑 들어서 컴터랑 현금 다 털린 날 이후로 소주를 그렇게 빡쎄게 마셔보긴 첨이네요.



거의 뻗기 직전에 결국 제가 백기 들고 나가자고 했더니


집이 어니냐고 하네요.


그래서 ㅇㅇ동 ㅇㅇ교회 옆이다 했더니 거기까지 바래다 주겠다고...



아직 정신 잃을 정도는 아니라 속으로 무쟈게 계산을 했죠.


'이 ㅊㅈ가 나랑 오늘 끝판 깨자는건가? 아니면 진짜 순수하게 취해서 집에까지 에스코트만 하려는건가? 집에 도착하면 어떻게 붙잡고 넘겨버리지...'


등등.....


일단 몸상태가 메롱이라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앞 도착.


역시나 자긴 바로 이 택시 타고 집으로 간다고 하네요.


"아~~ 나 짐 넘 취해서 집까지 못걸어갈꺼 같애. 니가 뎃고 왔으면 집까지 책임져야지 의리없네."


"야 여기까지 바래다준것도 영광인줄 알어. 나 원래 술먹다 뻗는 친구들 길바닥에 버리고 가거든?"


"어쨋든 집에 물도 없고 슈퍼도 들러야 하는데 니가 쫌 도와줘. 일단 내리자."



그렇게 어거지로 같이 내려서 슈퍼에 갔다가.



과정생략.



겨우 집까지 같이 들어왔습니다.



첨부터 MT에서 끝판 깨려는 계획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집청소를 해둔게 다행이었네요.


"남자치고는 깔끔 떠네."


"나 원래 지저분한거 못참거든."


담배꽁초가 주둥이까지 튀어나온 소주병을 치웠기에 망정이지 ㄷㄷㄷ



무튼 집에 오니까 맘이 편해졌다며 소주 한잔 더 마시자는 말에 선뜻 좋다고 하네요.




일단 마시기 전에 ㅇㅂㅇㅌ 먼저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화장실 가서 샤워기 물 이빠이 틀어놓고 변기 붙잡고 목구멍에 손가락 넣자마자 힘들일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촤르르~~~



또 촤르르~~~


또또 촤르르~~~~~



속에선 열불이 나는데도 그래도 심리적으로 안심은 되더군요 ㅎ




이 ㅊㅈ랑 소주로 맞짱 떠봤자 지는 게임인지라 술먹기 게임을 하자고 했습니다.


술먹으면서 게임하는거 좋아하는 ㅊㅈ들도 많이 봤고 또 게임도 많이 해봐서


이 ㅊㅈ보다 덜 마실 자신은 있었으니까요.






나(원본) VS ㅊㅈ(떡실신 일보직전)



그렇게 하야 거사는 이루어졌습니다.





거사를 치르고 둘이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죠.

















느닷없이 울리는 벨소리


"딩동딩동"




진짜 그 스릴감............ 소금물에 담긴 배추처럼 말 그대로 쩌는 스릴감...


온몸에 털이란 털은 다 서는듯한 공포감과 함게 본능적으로 현관으로 달려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복도에 불이 켜져있고 여친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고개를 확 돌려서 ㅊㅈ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다행이 술에 쩔어서 깊게 잠들어 있네요.


일단 엄지발가락으로 조심스레 침대까지 가서 ㅊㅈ를 살짝 흔들어 깨웠습니다.



소근소근 "일어나봐....................야 일어나봐.........아무소리도 내지말고 일단 눈좀 떠봐..........."



ㅊㅈ가 눈을 뜨면서 잠이 덜깬 목소리로 "왜............"


"내 여친 지금 밖에 와있다.... 무조건 소리 내지마...여기 아무도 없는걸로 해야돼......"


아까 술마시면서 여친 얘기도 했었기 때문에 얘도 상황파악을 금방 하긴 하는데


짜증이 났나 봅니다.


"아 짜증나 이거 뭔 상황인데? 아 기분 그러네 진짜........."


"일단 조용히 있어봐. 혹시 모르니까 핸폰 끄고"



그러고보니까 제 핸폰이 켜져있단걸 깨달았습니다.


부리나케 쿠션밑에서 핸폰을 꺼내서 전원을 끄려는 찰나에 전화가 오네요.


걍 밧데리를 뽑았습니다.




"딩동딩동"



다시 현관 벨소리가 울립니다.


10초가 1시간인것처럼 벨소리도 엄청 크게 들리고...........


핸폰도 꺼져있고 문도 안여니까 이제 문을 쿵쿵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이렇게해서는 답이 안나올 것 같아서 작전을 짰습니다.



자취방이 1층인데 제 방 창문 바로 앞으로 작은 화단이 있었습니다.


창문만 열면 여자라도 쉽게 내려갈 수 있는 구조라서


ㅊㅈ에게 "야 여기 창문으로해서 나가. 일단 나가고 내가 나중에 연락할께."


완전 스타일 구기는 행동이었지만 당장 내가 죽을 판이었기 때문에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습니다.


"얼렁 옷입고 짐 잘 챙기고 뭐 빠트린거 없나 확인하고 바로 나가. 창문은 내가 닫을께."




계속 울리는 벨소리.


아주 환장하겠더군요.


ㅊㅈ가 뒤도 안돌아보고 " 간다. 연락하지마 "


나가더군요.


창문을 다시 잠그고 머리를 헝크리고 술잔 한개만 씻지도 않은 상태로 싱크대에 올려놓고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덜깬 목소리로 " 이 시간에 갑자기 웬일이야?"


여친이 폭발일보직전의 표정으로 신발도 벗지 않은 상태로 방으로 걸어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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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썼다고 생각하고 읽어봤는데 그다지 길지않는것도 같고...


연재는 필수겠네요.


반응이 좋든 나쁘든 일단 시작했으니까 끝까지는 가겠습니다.


내용이 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스토리인지라 여기서 끊어도 이해해주셔요ㅠ


내일 오전에 이어갈께요~




열 두분께서 리플 달아주셨네요.ㅎ

그중 현기증 난다고 하신분, 내일이면 까먹는다는분 리플에 열폭하고 결국 2편 쏟아냅니다.


길게 썼다고 썼는데 만족하실지는... 워낙 자게기준이 덜덜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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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이 제대로 열받았네요.


높낮이도 없는 목소리로 “ 뭐했어 “


걍 귀찮다는듯이 “ 혼자 좀 화나는 일이 있어서 술좀마시다 잠들어서 벨소리 못들었나봐 “


화장실 안쪽에서 문고리를 붙잡은 채로 여친이 “ 그렇게 두드렸는데도 ? “


“ 아 정말 안들렸다니까 들렸으면 내가 바로 나갔지. 봐바 혼자 마셨다니까 “


두팔로 방을 휘이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갑자기 여친이 걸어나오며 창문을 열더니 밖을 내다보네요. ㄷ ㄷ ㄷ


여자의 직감……. 경이로울뿐이죠.




겨우 사태가 수습되고.


“근데 너 진짜 아무리 화가 났어도 신발신고 들어오고 앞으로도 그럴래? “


아직도 화가 덜 풀렸는지 “ 미안하긴한데 너도 조심해 “


“아니 뭘 조심해? 혼자 술도 못마셔? “


“ 핸폰은 왜 껐어? 분명 신호음 한번 울리다가 전원꺼졌다고 나왔던거 같은데 “


“그래? 핸폰.. 그러고보니까 내 핸폰 어디있지? “


또 걱정이 되더군요.


지금은 여친이랑 같이 있는 상황이라 그냥 꺼놓은것도 아니고 밧데리를 분리해놔서 그걸 찾아내면 여친한테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막막했으니까요.

일단 찾은 다음에 이불속에서든 어디서든 재빠르게 밧데리 끼울 생각으로 여친보다 내가 빨리 찾는게 중요했으므로 열심히 찾는 척을 했습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핸폰이 안보이는겁니다.

진짜로… 안보이네요.


“학교에 두고왔나? “


“쫌 이상하다….너……. “


“ 아니라니까 그러네 진짜. 내일 일어나서 다시 찾아보자. “



아침이 되었습니다.


여친이랑 10시쯤 일어나서 학교근처 식당에서 가서 밥을 시켜놓고 있는데(아직까지 제 핸폰은 못찾음)


여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 여보세요? “


뚝.


“ 뭐지? 받으니까 끊기네. “


그거 아시나요…


그냥 불안한 예감… 근데 웬지 딱 맞을 것 같은 예감….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 아 맞다 나 동아리방에 전화좀 하게 핸폰 좀 줘바 “


여친 핸폰으로 최근통화목록을 봤습니다.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그 ㅊㅈ 의 핸폰번호………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 ㅊㅈ가 어떻게 제 여친 번호를 알까요…그리고 왜 여친한테 전화를 걸었고 왜 그냥 끊었을까요….


‘ 아… 얘가 어제 나갈 때 내 핸폰 들고간거네…. 와…미치겠다….. ‘


밥이 목구멍으로 안넘어갑니다.


또 전화가 올까봐 걱정만 앞섭니다.


어제밤을 살벌달콤하게 살아남았는데 이제 더 살벌한 상황이 저에게 엄습해옴을 느끼며


모래 씹는 심정으로 밥을 입에 쳐넣었습니다.



“ 영화보러 갈까? “


“ 영화 재밌는거 뭐하는데? “


“ 몰라 극장가서 고르면 돼지. 일단 가자. “



여친의 핸폰을 장시간 꺼두기 위해 극장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별 사고없이 여친과 저는 그날 밤 터미널에서 헤어지고….. 저 혼자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ㅊㅈ의 전번을 확인하고 공중전화로 나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바로 받는군요.


“ 어제는 미안했어. 잘 들어갔어? “


“ 덕분에 참 평생 남을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네… 잘하면 나 머리끄댕이 잡힐뻔 했다? 그지? “


“ 아.. 정말 미안해….. 근데 혹시 너가 내 핸폰 가져갔어? “


“ 너한테 또 연락올까봐 번호지우려고 핸폰 켰는데 하도 니가 쫓아내서 그냥 어쩌다보니 들고나온거야. “


“ 근데 낮에 내 여친한테 전화는 왜 걸었어? “


“ 너 그거 따질려고 전화한거야? “


“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


“ 잘들어왔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하려다가 말았다 왜? 됐냐? “


이 순간에 농담을 하다니…… 딴에는 저 안심시키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다행이 이 ㅊㅈ가 크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보여서 더 이상 전화 건 이유는 묻지 않고

핸폰을 돌려받기 위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 어제 거기서 볼까? “


“ 왜 또 술마시려고? 나 이제 너랑은 술 안마셔. 그냥 우리학교 정문으로 와. “


전화를 끊고 바로 여친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 핸폰 동아리방에 있다네. 전화거니까 동생이 갖고있으니까 오래. 가서 고맙다고 술이나 한잔 사주려고. “




ㅊㅈ를 만나러 00대학교 앞으로 향했습니다.


어색하더군요.

불과 하루가 안지났고 처음 본 날 깊은 관계까지 간터라 게다가 짧은 시간동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스펙타클까지 경험한 사이라서 더더욱..


ㅊㅈ 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 밥이나 사줘 그럼. “

핸폰 돌려받으려면 사줘야죠…. “ 뭐 먹으러 갈까? “


“ 회. 아주 아주 비싼걸로~~ “


자취생이 뭔 돈이 있겠습니까. 현금카드에 남아있는 이번달 용돈뿐인데 회 사먹으면 오링날판이네요.

어쨌든 어제 일도 있고해서 ㅊㅈ 의 차를 타고 ㅊㅈ 가 잘 안다는 횟집으로 갔습니다.



등원참치.

헐….

광어나 우럭도 아니고 참치회….


“ 여기 참치정식 두개랑요 소주 두병이랑요 맥주컵 두개 주세요. “


“ 나랑 술 안마신다며? “


“ 너랑 안마셔 나 혼자 마실꺼야. “


“ 장난해? 근데 잔을 두개 달래? “


“ 너 사이다 시켜마시라고 ㅋㅋ”



어제랑은 또 다른 모습이네요. 그렇게 우린 또 그날도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ㅊㅈ의 남친 얘기까지 듣게 되었네요.

현재 유학가있는데 2년후에나 우리나라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맞나봐요.

이 ㅊㅈ도 꽤나 있는집 ㅊㅈ 같았는데 남친 전공이 덜덜하더군요.


얘길 하면 할수록 괴리감이 깊어지는데 이상하게도 이 ㅊㅈ 의 말투 하나하나가 그렇게 예쁘고 귀여워보이더군요.

원래 애교가 많은건지 아니면 나를 물먹이려고(혹은 어제일의 복수) 작정하고 이러는건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속으로 ‘ 원래 누굴 처음 만나면 다 호기심때매 좋아보이는거야… 지금 내 여친 첨 만났을때도 그랬으니깐… ‘



밤 11시가 넘어서자 제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이만 가봐야겠다. 이틀 연짝으로 술 마셨더니 힘들어. 그리고 내일 월욜이라 학교도 가야하고. “


“ 그래 오늘은 안바래다 준다? 조심해서 들어가. “ 토닥토닥.

일어나는 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팡팡 치네요.


빌지를 들고 계산대로 갔습니다.

“ 계산하셨는데요? “


“ 아 예.. “


“ 가자~ “


“ 언제 했대? “


“ 너 담배 피우러 갔을 때. “


“ 나보고 내래매? “


“ 어제 나 재워줬잖아. 아침까지 안깨우고 재워줬으면 더 맛있는거 사줬을텐데 밥탱. “


“ 어… 그래.. 이쁘다 너… “


나도 모르게 이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후 화장실에 들어가서 물을 틀어놓고 거울을 봤습니다.


‘ 걔도 이 거울앞에 섰었겠지? 근데 지금은 안보이네…. ‘


웬지 모를 아쉬움을 누르며 여친에게 전화를 겁니다.


집에 잘들어왔고 이제 곧 잘꺼고 너도 잘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나 모닝콜 해달라는

흔한 얘기 몇마디를 주고 받고….


“ 사랑해 잘자 “


라며 전화를 끊습니다.


과연 사랑하긴 하나…



이후 3개월동안 그리고 겨울이 찾아 올 동안 ㅊㅈ 와 나와의 만남은 은밀히 지속됩니다.

이제 주말을 피해 주중 수업이 끝난 오후에 만나 영화도 보러 가고 쇼핑도 하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거리를 돌아 다닙니다.


“ 팔짱 좀 껴줘라~ 응? “


“ 걸어다닐 때 넌 안불편해? 난 팔짱 끼면 불편하던데. “


늘 여친은 불편하다며 팔짱 끼는걸 싫어했습니다.


이 ㅊㅈ 는 저의 팔을 붙잡고 걷거나 팔짱을 꽉 끼고 걷는걸 너무 좋아했습니다.







6개월 전.


여친과 심하게 싸운 어느날이었습니다.

전화로 싸우다가 홧김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전원을 꺼버렸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 까… 홀로 방안에 앉아 우두커니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울고 있을 여친이

걱정돼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를 않습니다.


‘ 내가 좀 심했나보다… 집으로 걸자. ‘


여친 부모님과도 친하고 가끔 방학때는 여친의 아버님 일도 도와드리곤 해서 새벽만 아니면

전화를 거는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 네 어머님 전데요 따옥이 자나요? “


“ 아니 학교에서 과제한다고 밤샌다고 나갔는데? “


“ 아 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핸폰으로 걸어볼께요. 안녕히 주무세요. “


다시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뿐 받지를 않습니다. 문자를 넣고 음성을 남겨도 연락이 없는 여친…

새벽 2시.

잠도 못자고 의자에 앉아 핸폰만 만지작 거리는데 복도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리길래

번개같이 현관으로 달려나가려는 찰나 뭔가 다른 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구멍으로 내다 보았더니.



여친에게 웬 남자가 이마에 뽀뽀를 해주더군요.

그리고 남자는 뒷모습만 보이고 손을 흔들며 건물을 빠져나갔습니다.


순식간에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 처럼. 털석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 딩동 “


여친의 어머님과 통화 후 학교 간다고 거짓말해놓고 나에게 올꺼란 생각에 문도 안잠그고 기다렸기에. 그대로 바닥에 털석 앉은채로 있으니 여친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길도고 짧은 침묵.


서로간에 아무런 말이 없어도 1미터도 안되는 둘 사이의 공간에 무거운 공기가 가득 찹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만지기도 버거울만큼 매우 무거운 공기…


아무말없이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잡고 눈물만 흘리는 그녀를 한참을 쳐다보지도 않다가

던진 한마디


“ 늦었으니까 여기서 자고 가. 난 동아리방으로 갈께. “







저와 싸운 여친은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저를 만나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서둘러 달려온 터미널에는 이미 막차가 끊겼죠.

이미 집에는 학교에서 밤을 샌다고 하고 나온터라 갈 곳도 없는데 무조건 나에게로 가야하는데

갈길이 막막해하던 와중에 택시를 타고 장거리를 달려오게 되었습니다.


한시간 가까이 오는 도중에 여친은 어쩌다보니 택시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고

저와 조금전에 싸운 얘기를 하다가 택시기사가 위로해주겠다며 바에서 칵테일 한 잔 하겠다는 말에 <남친과 싸운 홧김> 무리한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큰 사고는 없었지만 택시기사는 그 야밤에 술집까지 같이 따라온 젊은 여대생의 매력에 취하고

여친은 자기 얘길 들어준 그 사람에게 취하고 저의 집까지 바래다준 후 복도에서 이마에 키스를 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린 지난 시간보다 더 간절하게 서로를 믿기로 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습니다.






“ 강의 끝나면 정문앞 피자집 주차장으로 바로 나와. 같이 갈데가 있어. “


“ 아직 두시간이나 남았는데 왤케 일찍왔어? 주차장에서 기다릴꺼야? “


“ 나 안그래 보여도 혼자 잘 놀거든? 거울보고 놀면 시간 가는줄 몰라 ㅋㅋ “


“ 어 그래 예쁘세요.. 어련하시겠어요… 재수없어요 ㅋㅋ “


시내에 새로 생긴 패션몰로 끌려간 나는 1층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ㅊㅈ 의 손에 이끌려

애완견마냥 졸졸 따라다녀야 했죠.


“ 야 난 진짜 너랑 코드가 달라서 너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나마 내가 몇안되는 쇼핑을 좋아하는 남자라서 다행이지 다른 남자였음 벌써 너 차였어. “


“ 언제 우리가 시작은 했어? 차이게? 잔말말고 잘 따라댕겨! “


명품매장앞에 멈춰 선 그녀.

어랏. 여긴 남성의류인데? 설마?


흡사 마네킹에 옷 대보는 것처럼 매장에 걸려있는 온갖 셔츠를 나에게 걸쳐보더니

구경만해도 구역질이 날만큼 반짝이고 휘황찬란해서 무슨 나이트 사이키조명 같은 셔츠를 점원에게 결제해버리는 ㅊㅈ.


799,000원


“ 내 생전에 이런 옷을 다 입어보네. “


장난스럽게 웃으며 ㅊㅈ가 “ 좋지? 그지? “


“ 야 진심 좋은게 아니라 이거 입고 밖에 다니라고? “


“ 너한테 되게 잘어울려. 나 만날때만 이거 입어. 여친만날때 입으면 죽는다. “





쇼핑을 마치고 그녀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주중이고 여친도 요즘 과제가 많아서 학교에서 과제하고 거의 새벽녁에나 집에 귀가를 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ㅊㅈ 와 저는 쇼핑백을 여러 개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주차를 시키고 건물로 들어서는데.


“ 어머 깜짝이야! “


ㅊㅈ 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복도 저편에서 여친이 ㅊㅈ 의 손목을 잡은 채 절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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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이어서 갑니다~~~




현기증 협박은 이제 그만~~~ ㅋㅋ


그래도 연재치고는 길게 쓰는 편이라고 자위합니다만.......

워낙 자게의 기준이 덜덜할뿐임ㅎ


그럼 이어갑니다.





화가 났을 때 여친은 얼굴의 근육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쏟아 내는 여자거든요.


어찌 보면 무표정한 그 얼굴에 오로지 살아 있는 것은 검은 눈동자 뿐…


어둑어둑한 복도의 센서등 아래에서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는


여친의 눈빛에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




‘ 대체 어떻게 알고 온거지? ‘


‘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거지? ‘


‘ 하루종일 따라 다닌건가? ‘


‘ 그렇다면 이제 어떡해야 하는거지? 뭐라고 말을 하지? ㅊㅈ 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까.. ‘


‘ 아니, 여친에게 붙잡혀 있는 ㅊㅈ 를 어떻게 갈라 놓지? 그리고 둘 중 누굴 보내야하지? ‘



마치 죽음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짧은 순간에 수십, 수백가지의 생각이 머릿 속에 꽉 들어차서 회오리를 일으킵니다.


생각은 많은데 결정은 하나도 내릴 수 없는 극단적 패닉의 상태.





이럴때일수록 판단은 빨라야 했습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죠.


무슨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무조건 내가 그들 사이를 떼어 놓고 둘 중 누가되든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ㅊㅈ 와 여친에게 걸어가는 5미터짜리 시간동안 신기하리만치 모든 것이 정리되어감을 느꼈습니다.





감정을 담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 여전하구나 너? 패턴이 하나도 변한게 없어. “


매섭게 노려보며 여친이 입을 엽니다. “ 너 나한테 이러면 안돼. “


“ 팔 아파. 얘보고 내 손 놓으라고 해줘. “ ㅊㅈ 가 날 바라보며 말을 합니다.


집 열쇠를 주며 “ 집에 먼저 들어가 있어. 문잠그고.  내가 전화하면 열어. “




ㅊㅈ 에게 열쇠를 건네주는 찰나 여친이 순식간에 열쇠를 가로채며 내 방문으로 달려 갑니다.


저도 반사적으로 여친의 뒤를 쫓아 달려가 문을 열려는 그녀의 손을 낚아 채고


“ 뭐하자고? “



ㅊㅈ 가 또 떠날까봐 걱정이 됩니다.


성격상 구질구질 한 상황을 보면 일순간 정을 털어내고 떠날만한 ㅊㅈ 이기에 또 한번의 이런 상황을 겪은 이상


몇 개월간의 나와의 좋은 기억과 감정이 쌓여 있다 하더라도 미련없이 떠나버릴 사람인걸 알기에 더더욱 걱정이 됩니다.


‘ 아………….. 모든게 끝났어…. 이제 둘 다 모두 날 떠날꺼야… 난 좀 더 빨리 둘 중 한 명을 선택했어야 했어…


그리고 여친과 아름답게 이별했었어야 했어………..’




ㅊㅈ 도 어느새 따라와 한마디 합니다.


“ 문 열어줘. 나 들어가서 기다릴래. 오래 걸리면 나 갈꺼니까 빨리 끝내고 와. “


“ 뭐.. 뭐라고? 너가 뭔데? “


“ 이러지 말고 나가서 얘기 하자. “


“ 너 나한테 이러면 안돼. 안된다고!!!! “




밀고 당기기를 수차례 하다가 결국 완력으로 여친을 붙잡고 벽으로 몰아 세웁니다.


“ 어서 들어가! 문 어서 잠궈! “




현관의 자물쇠가 철커덩 하고 잠기는 소리에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여친이 주저 앉으며 흐느낍니다.


“ 너…. 나한테 이러면 안돼…………이러면 정말 안돼…….. 나한테 이러지마………………….”









침묵…








가슴속에서, 머릿속에서 또 다른 내가 나에게 타이릅니다.


‘ 지금이라도 아무일 없던 시절로 돌아가.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을거야. 너가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어서 미안하다고 해. ‘


어려운 나날동안 늘 곁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줬던 그녀. 재수를 하던 때에도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었던 여친.


단지, 그 정성만큼이나 치열했던 의심과 질투에 힘겨워 했던 나.


과연 내가 언제까지 그녀의 집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제라도 정리 해야만 한다.


난 4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단 한번도 한 눈을 판 적이 없었다.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너밖에 없었던 날, 너만 바라보던 날 다른 곳을 바라보게 만든 건, 날 지치게 만든건 바로 너였어.






“ 에이 걱정할꺼 하나도 없대도? 진짜 겁먹었나봐 ㅎㅎ “


“ 너가 보기엔 내가 진짜 여자 많이 만나본거 같지? 나 의외로 안그럼 사람이거든? 여친 부모님한테 인사 드리러 가는거 이번이 처음이라니까 진짜 안믿네. “


“ 우리 엄마아빠는 무슨 괴물이야? 그냥 사람이라니까. 그냥 아빠가 말이 원체 없는 분이라서 그렇지 안무서워 ㅋㅋ “


옷매무새를 고치며 “ 근데 이렇게 입어도 괜찮나? 정장 입어야 하는거 아냐? “




청바지에 언더우드 체크남방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불량(?) 해 보였습니다.


“ 아유 아저씨~선보러 가세요? 20대초반이 그럼 무슨 상견례도 아니고 정장을 입고 여친 집에 놀러가냐고.ㅋㅋ “


“ 나 담배 냄새 안나지? “


내 가슴 깊숙이 얼굴을 파묻더니 “ 응 안나. 오늘 하루만 금연! “ 나를 올려다 보며 말하는 여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여친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 엄마 나 왔어. “ 현관 앞에서 신발도 벗지 못하고 쭈뼛대는 나를 향해 뒤돌아 보며 “ 모해? 신발 벗어. “


“ 오셨어요? “


“ 예? 예 안녕하십니까. 따옥이 친구 치토스라고 합니다. “


“ 밥은 먹었고? “


“ 네 먹고 왔습니다. “


“ ㅋㅋ 엄마 우리 아무것도 안먹었어. 얘가 지금 굉장히 겁먹었거든? 아빠는? “




그녀의 아버지는 돌부처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들었던 아버지의 말씀은 “ 왔냐. “ 가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첫인사를 드린 이후 한달에 두 세번씩 여친의 집에 놀러를 갔습니다.


어느날 그녀의 아버지께서 나를 좀 봐야겠다며 집으로 오라고 하셔서 찾아뵈었더니




“ 따옥이가 널 많이 좋아하더라. 애미 통해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일하면서 공부하느라 힘들다면서? “


가정형편이 넉넉한 편이 아니라 주말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아셨나 봅니다.


“ 주말에 우리가게에 와서 애비 일 좀 도와라. “


주유소를 하고 계신 아버지의 어명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라고 할 수 밖에요.





여친에게 나는 두 번째 남자였습니다.


딱 한번 나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첫사랑은 고딩시절 짝사랑하던 동네오빠였는데 사귀는 여자가 있으면서 제 여친이 자길 좋아한다는걸 이용해서 양다리를 심하게 걸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여친은 상처를 심하게 입고 그 영향으로 늘 저를 의심하고 집착했었죠.


남자로써의 첫남자는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 일단 조용한데 가서 얘기하자. 어차피 여기서 얘기 해봤자 답 안나와. “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현관을 타고 복도로 들어오더군요.


술취한 새처럼 복도 바닥에 주저앉은 여친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왔습니다.


깜깜한 하늘에 구름이 꽉 차서 별조차 보이지 않는 암흑의 거리로 위태로운 연인이 걸어갑니다.






꼬옥..




여친이 제 팔짱을 낍니다.


가슴 속에서 망치가 온 사방을 휘돌며 제 양심을 두들기는 듯 했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었는데도 피가 통하지 않을만큼 꼭 잡은 팔짱…


아무 말도 없이 손님이 드문 조용한 커피숍으로 들어갔습니다.


‘ 냉정해지자… 이미 갈데까지 가버렸어…. 더 이상 좋아진다는건 불가능해. 어차피 끝낼거라면 냉정하게 끝내자…. 그래야 덜 아플꺼야.. ‘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눈을 치켜 뜬 채로 “ 너 참 징하다. 아주 반복적이고. 그렇게 의심하고 살면 행복하디? “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가로저으며 “ 아냐아냐…… 안행복해…. 이제 안그럴께………나한테 이러지 마…… 따뜻하게 말해줘…….. “



“ 나 이미 마음 정리 다 됐어. 나도 미안하긴 하지만 너 만나면서 나 한눈 판적 없는거 알지? 너의 그 집착이 오히려 이렇게 이끌었어. 다 너 책임이야. 너가 나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오히려 우린 잘 됐을꺼야. “



“ 잠깐! 얘기 다 들어줄 테니까 끝내잔 말만 하지마. “



“ 아니? 난 이미 끝났어. 끝난지 오래됐고 말로만 오늘 끝내는 것 뿐야. 훨씬 오래전에 끝났었어. 할 말 다 한거같으니까 갈께. 추우니까 따라오지마. 어차피 문 안열어줄꺼야. 아니 딴데로 갈꺼야. 집에 아무도 없을거야. 집앞에서 기다려봤자 소용없어. “


“ 제발!!!!!!!!!! 나한테 이러면 안돼……….가지마…. 나한테 이러지 마.. 너 안그런 애잖아……… “



여친 앞에 놓인 물잔을 가리키며 “ 화나면 그거라도 나한테 던져. 맞아줄께. 그걸로 끝내자. “





여친을 홀로 커피숍에 내버려 둔 채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 “


아무 대꾸도 없이 벽에 붙여 놓은 여친과의 사진을 다 떼어 가방에 담고


“ 나가자. 오늘 여기 있으면 안될 것 같다. 너네 집으로 가자. “



ㅊㅈ 의 집 옥상으로 올라가 여친과의 사진을 모두 태워 버렸습니다.


만 3년간의 추억이 재가 되어, 연기가 되어 구름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진을 모두 태우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ㅊㅈ 에게 “ 난 모든걸 버렸는데 넌? “


ㅊㅈ 도 제가 무슨 얘길 하고 싶어하는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지 압니다.


진지해지기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ㅊㅈ 였지만 오늘만큼은 평소의 앙증맞고 장난끼많은 표정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ㅊㅈ 가 서랍 속에서 다이어리 하나를 꺼냅니다.




“ 치토스 ♡ 썬 “


우리가 만나온 3개월 간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기록. 일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나 구할 수 있을 법한 유치찬란한 스티커에 종류도 헤아리기 힘들만큼 다양한 편지지를 붙여서 만든 100여장의 다이어리.





그런거 보셨나요?


숨이 막힐듯한 이쁜 여자의 글씨.


단 한 장도 그냥 다이어리에 적은게 없고 한 장 한 장 모두 아기자기한 편지지에 색연필과 스티커, 사진으로 정성들여 꾸민 나와의 데이트 다이어리.




“ 그럼… 유학 간 남친은 어떡할거야? “


“ 걔 의대다녀. “


“ 2년 후에 들어온댔자나. “


“ 잠깐 들어온단거지… 2년동안 한국에 한번도 안들어오기로 하고 간거야. 거기서 계속 공부하고 취업하고 그럴 계획으로 간거고 나도 졸업하면 유학가서 만나기로 한거거든. “


“ 그럼 유학 안가려고? “


“ 너 하는거 봐서~ “


웅…………….



핸드폰이 울립니다.


“ 나 집에 가. 걱정하지마. 집에 가서 따뜻한 이불 덮고 코 잘꺼야. 그러니까 걱정 안해도 돼. 끝이라고만 하지마.. 사랑해.. “



“ 나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께. “


잠바를 들고 일어서려는데 썬이 저를 붙잡습니다.


“ 여기서 피워. 오늘부터 내 앞에서 담배 피워도 돼. “


“ 너 담배연기 싫어하잖아. “



썬은 저와 코코스나 TGI를 가도 늘 금연석을 고집했습니다. 담배 연기를 너무 싫어한 그녀는 자길 만나는 동안 제가 담배 피우는 꼴을 못봤거든요.


몰래 한대라도 피우면 그길로 내 담배를 통째로 쓰레기 통에 버렸었던…


“ 나 실은 너 몸에서 나는 담배냄새 좋았어. 보여주까? “


“ 뭘 보여준다고 그래? “


다이어리.


< 그이한테서 나는 담배 향기(?)가 너무 좋다. 직접 맡는 연기는 싫은데 그 사람에게서 나는 담배 향은 너무 사랑스럽다. >



“ 이제 나랑 떨어지지 마. 그 즉시 사망이야. “


“ 그 대신. 나도 하나만 부탁할께. “


“ 모? “


“ 소주는 소주잔에 마시자. 힘겹다 쫌… “


“ 싫어. 대신 조금 마실께 ㅋㅋ “






봄이 오고 새 학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제 전여친의 기억도 가물가물 해지고 썬과의 사랑은 깊어만 갑니다.


“ 나 오늘 친구들이랑 쇼핑가는데 어쩌면 전화 잘 안될지도 몰라. “


“ 쇼핑가는거랑 전화 안되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


“ 나 쇼핑하면 완전 집중모드잖아. 그래서 몰라서 못받을지도 모른다고. “


“ 응.. 알았어.. “




또 하나의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4개월 전>

저와 썬은 서약서를 작성 했습니다.

둘이 방바닥에 나란히 배 깔고 엎드려서는 “ 이거 재미있기는 한데 말야. 진짜 지키는거 맞지?"

“ 그럼 안지킬꺼면서 왜 쓰니? 근데 너가 쫌 어렵긴 할꺼야 ㅋㅋㅋ ”


“ 뭔말이냐… 내가 왜 더 어려운건데?! “


“ 난 여자니까~ “


“ 아 네 재수없으세요 아주 그냥요. “


1.        절대 바람 피우지 않는다.

- 걸리는 즉시 사망.

2.        나만 이쁘다고 해주기.

3.        하루에 10번이상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4.        공부를 해도 돈을 벌어도 나랑 잘되기 위해서 악착같이 하기

5.        나보다 돈 더 많이 벌어서 내가 먹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다 해줄 수 있는 능력자 되기

6.        2년 후에 유학간 남친 돌아올 때까지는 절대 사귀는거 비밀로 하기

- 그 남친한테만 비밀로 하고 다른 주변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 없음.


썬이 저에게 준 서약에서 사인과 도장을 찍었습니다.


제가 써 준 서약서는 간단했죠.



1.        절대 바람 피우지 않는다.

2.        2년 후에는 확실히 정리한다.

- 그 남자

3.        뜨겁게 사랑하기



유학 가 있는 남친은 어차피 얼굴도 보기 힘든 사람인만큼 굳이 지금 헤어지자고 해서


별안간 한국에 들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험한 꼴 보지 말자는 차원에서 썬의 제의를 수락했습니다.


과연 헤어지잔다고 한국에 들어올만큼 야망이 작은 남자는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미 두 번의 사건을 겪은 썬과 나로써는 안전제일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거죠.









과 동기들과 자취방에서 거나하게 술판을 벌인 어느날.( 썬이 쇼핑하러 간 날)


동기들을 다 보내고 흐트러진 방을 치우다가 문득 발견한 따오기의 머리핀.


‘ 따오기를 만나면서 큐빅이란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었는데.. ‘


그러고 보니까 여자에 대한 모든 것들은 따오기를 통해서 배웠던 것 같네요.


항상 헬쓱 한 지갑 때문에 변변한 선물 하나 못해줬던 내가 처음으로 사줬던


큐빅이 조잡하게 박혀있는 머리핀.


3,000원 밖에 하지 않던 싸구려 머리핀을 수리까지 해가며 하고 다녔던 따오기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그녀의 폰번호로 손이 가네요.


번호를 잊었는데, 신기할만큼 몇 개월만에 완벽하게 잊어버린 전화번호인데 손가락이 기억을 하고 있더군요.



신호음.




“ 여보세요? “


침묵…



내가 전활 했다는 걸 직감으로 느끼는 듯 한 따오기의 음성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옵니다.


“ 전화…. 왜 한거야? “


“ 잘 지내고 있지? “


밝은 목소리로 “ 잘 지내지~ 넌 어때? 그 여자애랑 아직도 사겨? “


아무렇지 않은듯 썬과의 관계를 물어오는 따오기. ‘ 과연 무슨 생각일까. 아직도 날 잊지 않고 있을까.


아니면 다 잊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을까. 물어볼까. ‘





“ 우린 잘 지내고 있지. 우..린… “


“ 우린? 너 안부 물은건데 참 잔인하다.. 기분좋게 통화하고 싶었는데… “


“ 아.. 미안…….. 그냥 실수였어. 잘 지내… “





뚝.






전화를 끊고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며 바보처럼 되뇌였습니다.



“ 미. 안. 해.    미안했었어. “



그 말이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다 지난 일이었지만 미안하단 말 한마디 못한게 늘 가슴 속에 응어리가 져서,


그 말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썬과의 진정한 사랑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는 나만의 집착.


그 말을 못하고 끊은게 후회돼서 다시 전화를 겁니다.





전화를 안받는군요.




“ 그 땐 많이 아팠는데 일주일 지나니까 괜찮아졌어.


지금도 그렇고. 엄마아빠는 너 죽은걸로 알아.


내가 죽었다고 했거든. 하도 울고불고 밥도 안먹고 그러니까 너랑 헤어졌냐고…


그래서 그냥 너 죽어서 이런거라고 했어. 잘 지내고 집으로는 전화하면 안돼..


그리고 나한테도…..


사랑했었어. “






전공서적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장 깊숙한 곳에 머리핀을 집어 넣었습니다.


버려야 하는데, 예민한 썬은 언제든 이걸 찾아낼 수도 있는 여자인데도 마지막 남은


따오기의 기억을 모두 버리기엔 아직 미련인지… 애증인지.. 뭔가가 남아 있었나 봅니다.








낮에 한번 썬에게 전화를 걸었었는데 받지를 않았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 이제야 생각이 나서 썬에게 전화를 겁니다.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음성사서함으로 연결 됩니다…. “




다시 겁니다.




따오기와의 추억까지 겹쳐서인지 머릿 속에서 웬지 모를 불안감이 중첩되고



이 불안감은 썬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순식간에 난 미친놈이 되어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수십번의 전화를 걸어버립니다.


그렇게 수십, 수백의 전화를 거는 동안 시계바늘은 어느덧 새벽 2시를 가리키고…





“ 여보세요? “


“ 왜 전화 안받았어? 내가 몇 번을 전화를 했……. 뚝 “


다시 겁니다.


“ 뭐하자는 거야? 너 쇼핑간건 맞아? 지금까지 쇼핑한다곤 못하겠지? 뭐야? “


“ 내일 통화해. “


차가운 썬의 음성.


“ 난 지금 통화해야겠거든? “


“ 내일 아침에 내가 전화 걸께. 끊어. “


“ 잠깐만! 이렇게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끊는거야? “


차마 끝이란 얘기는 두려워서 못하고 암시만 줍니다.


“ 알겠어. 끊어. “



‘ 허…… 이렇게 냉정하다니…………. 오늘 아침까지도 상냥했던 썬이었는데……대체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



다시 전화를 걸면 내가 얼마나 초라한 남자가 되는 것인지 뻔히 알면서도


전화번호를 누르는 내 손가락이 미치도록 밉습니다.




다시 꺼져 있는 썬의 전화기.







택시를 타고 그녀의 동네로 갔습니다.


아까 분명 통화할 때 술집 분위기 같은 소음이 들렸기 때문에 학교 앞 모든 술집을 샅샅이 뒤져 보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을 그렇게 돌아다녔을까.


썬과 두어번 같이 갔었던 호프집에 다달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가쪽 테이블에 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 나의 그녀. 썬. “


마주 앉은 남자는 누굴까.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유학간 남친.



나에겐 둘도 없이 나쁜 남자인데, 왜 이렇게 그 남자가 불쌍해 보일까요.


선하고 착한 사람이라는게 눈빛에서부터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착해 보였습니다.


있는 집 남자일텐데, 그것만으로도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나에겐 바보 같은 열등감에


주먹이 올라가야 정상일텐데… 이 기분은 뭘까.





동병상련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가슴의 고통을 저 남자도 함께 겪고 있는 사랑 앞에 나약한 남자일 뿐이라고.


둘 앞으로 다가가 섰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썬 “ 어맛! 너 여기 어떻게 찾아왔어? “


썬을 외면하고 남자에게 말을 건냅니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


놀라는 남자에게 “ 싸우려고 온거 아니예요. 언젠가 저도 한번은 보고 싶었는데 시기가 좀 빨랐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 그만 하고 일단 집에 가있어. 내가 내일 전화한다고 했잖아 자기야… “


“ 너가 걱정하는 상황 없을거야. 다만 연락이 안되서 걱정되서 왔던거고… 집착… 집착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아줘. 그건 못견디겠어. “






썬은 나와의 서약을 어겼습니다.



첫 째. 한눈 팔지 않기로 한 것.


둘 째. 2년동안 기다리라고 한 것.





엄밀히 따지면 썬은 하나 밖에 안어긴게 되겠군요.


썬은 시간이 흐를수록 저에 대한 사랑이 깊어져 갔고, 2년 동안 사랑하는 남자에게


바보 같은 서약을 지키고 기다려 달라고 하기엔 자기의 욕심이 과하단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이 아닌 몇 개월만에 유학 간 남친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그 남친은 이별얘기에 놀라 급거 귀국.


그녀를 만났던 것이었죠.




남자가 저에게 부탁을 합니다.


“ 치토스씨. 누구보다 썬을 사랑하시겠지만.. 저는 썬이 절실해요. 정말 썬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부탁드릴께요.. “





절실……… 필요………..




나는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 집착하는 불쌍한 여자를 차가운 겨울 속에 버리고 썬에게 왔노라고..


난 이제 썬과 헤어지면 그 누구와도 사랑할 자격이 없는 남자가 되는거라고..


썬과의 사랑을 완성하지 않으면 나로인해 깊게 베인 가슴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할 한 여자에게


또 다시 배신을 하게 되는거라고…




난 그래서 당신과는 이유가 다를지는 몰라고 그 절실함 만큼은 당신 못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사랑과 이별이라는 것은 말이죠.


<집착하고 매달리는 자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선택은 그저 사랑받고 있는 자의 특권입니다.




두 남자는 썬의 결심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그 누구도 썬을 스치지도 않고 오로지 혼자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상념에 빠져든 나..


창밖으로 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각또각또각.





찰칵.




방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옵니다.


한 손에 소주를 든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누운 채 그녀를 바라보는 나.






‘ 나가! ‘






자존심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뻔 했습니다.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 입에 물고는 나에게 다가오는 썬.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술을 머금은 입술을 그대로 나의 입술에 포개입니다.




쓰디쓴 소주의 향이 코를 자극하고, 입 속으로 그녀가 나눠주는 쓰디쓰면서도 달콤하고 소중한 액체가 들어옵니다.




둘이 거의 동시에 술을 삼키고, 한참을 서로의 눈빛만 바라보며…. 그녀는 무릎 꿇은 채로, 난 누운 채로 눈물을 쏟아 냅니다.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이 방울이 되어 내 콧잔등으로 떨어집니다.






다시 입술 위로 떨어집니다.






그녀의 눈물과 나의 눈물이 서로 섞여 더욱 더 깊은 슬픔의 호수를 채워갑니다.




그녀의 팔을 당겨 침대 위로 올립니다.






‘ 이게 마지막이겠지…….. ’





이젠 우린 오늘 밤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거겠지.




“ 울지마 바보야….. 내가 오늘 너 눈물 다 먹어줄껀데 너무 많이 울면 나 똥배 나오잖아…. “




썬이 나의 볼을 손으로 닦아주며 다시 입술을 덮습니다.



나의 모든 눈물을 마시겠다며, 나의 모든 체취를 가져 가겠다며



그렇게 그녀와 나는 지독한 슬픔을 격정의 몸짓으로 씻어갑니다.



그녀와 내가 흘리는 눈물은 배게를 적시고 우리의 몸짓은 서로의 가슴을 적십니다..







격렬한 몸짓이 끝나고 난 후.





그녀가 들어올 때 입었던 모습 그대로 다시..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몸이 하나듯 마음도 하나일꺼야. 단지 더 필요한 사람에게 몸만 가는거야…



죽을 때까지 사랑할 사람은 자기 하나 뿐이야…….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해….. “









현관문이 닫기고 그녀가 떠나가고…. 켜져 있는 센서등이 언제쯤 꺼질까 불안한 듯 시력을 맞춥니다.



‘ 그녀의 흔적은 저 센서등이 꺼지기 전까진 아직 살아 있는거야…



저 센서등도 그녀 때문에 켜진거니까………..




만약 저 등이 안꺼진다면……




그럴일은 없겠지만 정말로 안꺼진다면……




그렇다면 그녀가 다시 내게 돌아올지도 몰라………….




그러니까 제발 꺼지지마…………. ‘











한 참을 울었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두덩이가 너무 부어 눈을 뜨기도 힘듭니다.



눈가가 따갑습니다.



그녀가 가져 왔던 소주병.. 맥주잔……..



다시 보고싶다………….



‘ 가져갔나? ‘





띠리리링 띠리리링



핸드폰이 울립니다.




“ 아침에 내가 전화한댔지? 너 어제 그렇게 찾아온거 혼날 줄 알아! 빨랑 씻고 옷입고 주차장에 나와서 대기해! “



그럼 어제밤 일은….






현실 같은 꿈.






썬과 그 남자, 그리고 나 셋이 술을 마신 뒤 함께 그녀를 집에 바래다 주고 우린 또 다시 술을 마셨습니다.


인간으로써, 남자로써. 아니 그냥 남자가 아닌 썬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언제가 되었든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 둘은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아까 말했듯, 사랑이란 전쟁에서 간절함이라는 무기를 들고는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진리이니까요.


그리고 그녀가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꿈만 같았던 어젯밤의 꿈은 꿈으로 끝났습니다.




그녀는 나를 선택했고, 우린 그 남자의 출국을 함께 배웅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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