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보기
제목저주받은 강원도 농장에서의 악몽2020-07-19 11:24
카테고리이야기 > 공포
작성자 Level 10


소무덤

다니던 직장에선 알력으로 퇴사를 하고 시간이 나 받았던 소개팅에선 백수라는 이유로 가차없이 퇴짜를 당하고 갑작스레 돈나갈때는 많아지고.. 여러모로 될일이 없던 제작년 가을이었지 

구인광고에서 우연찮게 본 그곳. 월280에 강원도 산중턱 농장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소들을 관리하는 일이었어 집떠나간다는게 좀 망설였지만 되는일도 없고 착찹한 심경이었던 그때 속세를 떠나 다 잊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자 일을 시작하게 됐지

막상 가보니 산중턱이 아니라 깊은산중 꼭대기더군 밤되니 주변에 불빛한점 없었지 거기에 전기가 들어온다는게 신기할 정도였으니까(전기뿐아니라 티비도 나왔었음 원주방송이랑 케이비에스만 ㅋㅋ)

 

그곳엔 먼저 와 일하고 있던 두분이 계셨는데 농장안에서 거주하지 않지만 사료와 우유를 실어나르는 3살터울 형과 나와 같이 지내며 농장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던 50대 후반의 아저씨 한분이 계셨지

형도 착하고 재밌는 사람이었고 그 아저씨분도 강원도 사람이라 그런지 아주 인자하시고 좋은 분이었어

좋은 사람들과 숲의 향기를 느끼며 자연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숲의향기? 사실 소똥내 쩔었음)

처음 올때부터 느낀거지만 까마귀가 어찌그리도 많던지 전체적으로 무언의 스산한 기분도 들고 소와 개들이 왠지 겁에 질린듯한 눈빛에 괴리감도 있었지만 몇주 지나서는 그것도 다 잊고 모든게 만족스럽기만 했었지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는 까마귀 떼들 빼고.

 

그러다 어느날인가 소들에게 사료를 먹이고 씻고 티비좀 보다 자야지 하는데 아저씨가 술이나 한잔 하자는거야 

술 별로 안좋아하신다더니 왠일로? 나야 마다할 이유없이 전부터 냉장고 귀퉁이에 쌓여있던 맥주와 소주를 잽싸게 들고왔지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쇠주사발을 기울이면서 두런두런 얘기나누며 마시는데 얼마나 마셨을까

 

대청마루 술판옆에서 그르렁거리며 자던 황구놈이 갑자기 벌떡일어나 아저씨를보고 마구 짖어대는거야 더 충격적인건 아저씨가 그런 황구에게 "이 썅놈의 강아지가 주인도 못알아쳐보고 신발놈에 강아지 죽어 죽어버려" 하면서 낫을 마구 휘두르는 거였어(참고로 황구 나이가 15살쯤 된다고 했었다) 

구들장밑으로 겨들어가서도 계속 깨갱컹으르릉깨갱 거리고 있고 평소 그 인자하시던 아저씨는 온데간데 없고... 그때 아저씨 말리다 나도 낫에 찍힐뻔 했었다

그때 눈빛이 어땠는줄알아 두눈이 완전 사시가 되어서는 한쪽눈은 반쯤 뒤집어져서 황구숨은 방향을 노려보고있었고 한눈은 나를 보는데... 동공이 완전 풀렸더라

나는 먼저들어가 잘게요 하고 무서워서 방문걸어잠그고 잠을청하는데 밖에서 아저씨는 신발놈의 강아지 소새끼들 욕을 하면서 농장을 방황하고 있더라 

주사가 저래 심할줄이야... 다신 같이 술먹지 말아야지 하고 난 그대로 잠이 들었지

 

다음날 아침에 젖짜고 소사료 먹일려고 일어났는데 아저씨가 안보이더라 혹시나 황구가 해코지 당했나 싶어 불렀더니 다행이 꼬랑지 설렁거리면서 저만치 풀숲에서 기어나오더라

근데 아저씨는 불러도 찾아봐도 온데간데 없고 농장주인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일단 아저씨한테 전화해보니 전화가 안터지는데 있는걸보아 산중턱에 내려갔나 싶었지 평소에도 부지런해서 먼저 새벽같이 일어나 산보도 다녀오고 했었으니까

소들 사료부터 먹이고 그때까지 안오면 농장주인할배한테 전화하자 하고 소사료 주고 있는데 우유가지러온 형이 아저씨를 싣고 오는거였어 흙바닥에서 뒹굴었는지 만신창이로 자고있는 아저씨를 어디서 데려오는거냐고 물었더니 "응 저아래 무덤서" 라더라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더군

산길 올라오는 길에 이름없는 반듯한 무덤하나를 봤었는데 왜 거길 가서 자나 가을이라 아침바람도 드셀텐데 참 술이 문제다 싶었지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며칠인가 지나서 농장주인할배가 찾아왔었어

할배는 오자마자 소들부터 둘러보더니 왜 소가 자꾸 없어지느냐고 아저씨랑 티격태격 하는거였어 "전에 주저앉은 늙은소는 저쪽 구덩이에 묻었고 새끼젖소는 질똥싸다 죽어서 태워버리지 않았습니까 그거랑 몇마리 죽었던거 빼면 288마리가 맞는데 왜 자꾸 억지말씀을 하십니까 어르신" 이라고 말하는 아저씨와,

막무가내로 소가 없어졌다는 주인할배는 한참을 실갱이 하다 돌아갔고 억울한듯한 아저씨는 분에겨워 오늘은 형불러서 농장비우고 시내나가 밥이나 먹자고 하시더라

 

덕분에 간만에 세상구경좀 하고 배불리 밥먹고 농장에 돌아오다 문득 떠오르는게 첨에 여기 오기전에 할배가 했던말이 생각났었어

소가 300마리가 좀 넘으니 둘이서 관리하려면 좀 힘은 들거라던 말... 그래서 아저씨께

"원래 소가 300마리 넘지 않았었나요 그러고보니 3구에 있던 마른소들이 몇마리 없어진거 같기도 한데" 라고 했더니 "너는 온지 얼마안된놈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참견하지마라" 라고 다소 이질적인 말투로 말하는 아저씨를 보고서는,

그때부터 였을거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된것이... 그뒤로 며칠이 지나고 이번엔 아저씨 혼자 방안에서 술을 들이마시더니 또 주사를 부리면서 농장주변을 배회하더라 그런 아저씨를 보면서 황구는 숨어서 미친듯이 짖어대고...

 

역시나 다음날 아저씨가 안뵈길래 이번엔 내가 직접 찾아가서 봐야겠다 하고 산중턱 무덤에 가봤더니 한손에 낫을 든채로 무덤옆에서 고이 자고있는게 아니겠어 아니 그 무덤에 꿀발라놨나 왜 자꾸 거기 기어가 쳐자는건지

형에게 그 무덤은 대체 뭔데 왜자꾸 아저씨가 거가서 자냐고 물었더니 잠시 머뭇하던 형이 얘기를 해주더라

"너 오기전에 아저씨와 같이 일하던 최씨아저씨가 있었거든 여름에 젖소들 방목시키다 밀렵꾼놈이 쏜 총소리에 소들이 놀라서 산비탈을 떠밀려 내려가는데 하필 그 아저씨가 길목에 있다가 절름발이로 미처 피할틈도 없이 소떼에 밟혀죽은거야 수십마리에 밟혀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더라더라 가족도 없지 군청에 신고는 했는데 친인척들도 소식이 없어 거기에 묻은거다"

그때부터 그 아저씨도 술만 먹으면 거가서 나자빠져 있던거란다 뭐 7년을 같이 일했던 사람인데 정이 오죽했겠냐고..

 

아 그래서 그랬었구나 싶다 생각하고 2주정도 별일없이 지냈을거야 점심먹고 심심해서 밤을 한움큼 주워다 왔는데 아저씨가 저쪽 마른골짜기쪽에 개복숭아 나무있더라고 지금 한창 익을때라 맛있을거라고 하길래 냉큼가봤지 근데 골짜기 언덕에 올라서니까 썩은내가 확 올라오더라 아 시발뭐야 하고 정말 진짜 왠지모르게 내려가기 싫던거 눈딱감고 내려갔었어....

근데 거기에 죽은 소가 수십마리가 쌓여있는거야 와 진짜 지금생각해도.. 완전 식겁해서 골짜기 흙벼락을 미친듯이 기어올라갔다

돌아가서는 아저씨한테 개복숭아 다 떨어지고 없다고 하고 그 죽은 소들 뭐냐고 물으려다 진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돌려물어봤다 전에 죽었던 소들 어따 묻었어요 라고 그러니 아저씨가 왜 전에 두마리는 같이 묻지 않았냐고 농장 주변 곳곳에 묻었다라고 태연하게 말하는데 그럼 그 소들은 대체 뭔지... 전에 소들 전염병 걸린적 있었냐고 물었더니 것도 아니라고

안그래도 그전에 찜찜했던 일이 있었는데 같이 묻었던 반쯤 썩은 소가 아침나절에 완전히 파헤쳐져서 한참 떨어진곳에 나뒹굴러있던것도,

첨 왔을적엔 좀 부실하게 태어나서 겨우 일어서는 산 새끼송아지 눈알을 까마귀들이 파먹고 있던것도 그렇고(파먹히던 새끼소는 체념한듯이 앉아서 가만있더라 기운이 달렸던것지... 다음날 바로죽더라)

아 그리고 내가 자는 방 벽에 여기저기 낙서에 지저분한게 묻어 있었는데 머리맡에 써있던 낙서중에 '사방에서 음기가 솟우치니 내 정신이 미묘해지어다'  '너희는 무슨죄로 이곳에 태어나 살고 죽는것이냐' 이런말들이 문득 떠오르니까 소름이 쫙 돋는거있지(나도 그옆에 sex라고 썼었음) 

그래서 여기는 뭔가 있을데가 아니다 싶어 마음의 정리를 해두고 있었지 그날이었어 바로그날

또 혼자 방안에서 술나발을 불더니 여지없이 주사를 부리기 시작하더라 전에는 시끄러워서 짜증만 났는데 이젠 그게 아니거든 혹시몰라서 과도하나 들고서는 그 아저씨 행적을 쫒아봤어(그때까진 스릴만점이었다)

욕짓거리하면서 돌아다니다 2구 구석에 묶여있는 황구2세를 짖어댄다고 마구 차더니 이 개새기가 반항한다고 또 패고 하다가 사료창고로 가더라 거기서 사료 한푸대를 꺼내더니 3구 마른소들 구유에 붓는데 소들이 완전 겁에 질려서 사료는 안먹고 우우우 우우워 하고 울어대는거 있지 처먹어 처먹어 하면서 돌던지고 똥긁개 봉으로 우사주변을 돌면서 막 찔러대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판타지한 일이었지 3구 소들이 왜 삐쩍삐쩍 말라가나 했었다...

 

그러던 아저씨가 트럭을 끌고와서 건초묶을때 쓰던 밧줄로 소한마리를 끌어내더니 안가려는거 트럭으로 질질끌고 산길을 내려가더라 얼마안가서 차세우고 느닷없이 함마로 머리를 뻑 하고 치더니 소가 그대로 옆으로 뻗으니까 낫이랑 목칼인지 정글칼같은거 꺼내서 반항못하고 울어대는 소를 "니가 날죽여!" 니가 날죽여!" 하면서 마구 찌르고 째고 돌로 찧어대고... 소는 잠잠해지고 한참을 그러다가 트럭으로 또 질질 끌고가더니 그 전에 내가 봤던 죽은소들 있던 골짜기에 끌어다 버리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봤다 아무리 강심장인 나라도 진짜 그상황에서 누가 툭 건들기만해도 오줌을 지렸을거다(이미 조금 지렸다고는 쪽팔려서 말못한다) 

그러던 아저씨가 돌아와서 다른칸에 있던 소를 3구에 채워넣고 착유실가서 태연히 샤워를 하고서는 농장집으로 내려와서 내집 창문을 쓰윽 보더니 문고리를 한번 철컥하고 돌려보는데... 완전 겁에 질려갖고 방안에서 자는척하고 있던 난, 진짜 그때의 그 공포란... 이불속에서 과도 꼬옥 쥐고 덜덜떨고있었다 

창밖으로 보니 우사앞길을 통해 또 어딘가로 가길래  과도랑 짱돌까지 하나 챙겨서 다시 쫒아나섰지 딱 보니까 그 무덤으로 가는 길이더라

우사주변은 밤에도 밝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완전 칠흙인데다 더는 무서워서 쫒아갈 엄두도 안나고 방으로 되돌아와 문걸어 잠그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아침 일찍 짐전부 싸갖고 트럭몰고 미친듯이 산비탈을 내려오는데 역시나 그 무덤앞에서 아저씨가 자고 있더라 아침 일찍이라도 어둑한데다 간밤에 그꼴을 생각하니 또 오금이 저려서 비포장길을 차가 뒤집힐 정도로 몰고 지나치려는데 차 라이트가 비추는 순간, 

그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가!!" 하고 큰소리치며 쫒아오는거야 간밤에 문고리 덜컥할때보다  진짜 그때가 더 무서웠다 비포장 산길이라 뛰면 충분이 트럭을 따라잡을텐데 밤새 뻘짓하다 다쳤는지 절룩거리며 못따라오더군

백미러로 봤더니 쫒아오다 말고 가만히 서서 실실거리고 웃던 아저씨와 점점 멀어지며.. 그렇게 난 그곳을 떠났어(사실 어두워서 잘은 안보였는데 진짜로 웃고 있었던거같아)

 

암튼 그날부로 그곳을 떠나고 농장주인이 350까지 준다고 더 해달라고 하던거 집안풍파어쩌니 하고 싶지 않은 핑계까지 들먹이고 그달치 20일거 반만받고 바로 관뒀지

그 형에게만 얘기했는데 첨엔 말같지도 않다하는거 터널이랑 근처 리조트에서 있었던일까지 들먹이며 확인해보라고 해서 겨우 설득시켜 소무덤까지 확인한 형도 그아저씨 귀신씌인거라며 식겁하고는 바로 관뒀다

 

 

 

내용이 길어져 그 아저씨와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했는데 어찌보면 소설같기도 할테지만 분명 위 내용들은 조금도 허구가 없다는 걸 분명히 말한다

그꼴을 당한 난 지금까지도 귀신을 믿지 않아.. 터널에서 있었던 일도 주파수가 어긋나 이상한 소리가 들렸을 뿐이라 생각하고 그 아저씨도 같이 일하던 동료의 죽음을 충격으로 정신적 헤리현상이었을거라 생각하지 아마도 그 아저씨는 소들 몇마리 더 못죽이고 지금쯤 깜방에서 콩밥 먹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면 정신병원이나...

 

터널의 저주

내가 그 저주받은 농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2주일 남짓 됐을 무렵이었지

서울에서 강원도 농장까지 가다보면 터널이 여러개 나오는데 그중에 한 터널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이었어..

그 문제의 터널은 예전에 잼버리였나 하는 것 때문에 생긴 국도길 터널중에 한곳이었는데

내가 본 그 터널은 안은 다른 터널들보다 등이 많아 더 밝은데 전체적으로 더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 들었던거 같아

왜 그런고 하니 같이 일하던 형이 말하길 예전에 터널안에서 사고로 불이 났었는데 앞뒤로 사고차에 막혀서 중간에서 타죽었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하더라고 그때 그 그을음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던걸까 암튼.

 

그 후부터 그 터널을 지날때마다 터널 중간 조금 지나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소문이 돌았지 얘기해주는 형도 아침에 우유싣고 나가다가 몇번 들었는데 정말 소름끼친다고 하더군 우유싣고 나가는 그 시간대가 하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새벽 5~6때 였거든 그 후 부터는 그곳으로 안가고 고속도로타고 좀 돌아서 간다고 하더라(원래 겁이 좀 많은 형임 ㅋㅋ 등치는 나보다 더커갖고)

나야 뭐 지금도 안믿지만 그때도 귀신이란게 있겠냐고 마냥 신기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우유싣어 나갈때 싫다던 형을 조르고 졸라서 결국 그 터널에 가보게 되었어

안그래도 썰렁한 강원도 국도에서 차한대 홀랑 그 어두침침한 터널을 지나려니 그것만으로도 오싹하더라 터널벽에 덕지덕지 그을음이 무슨 괴물같아도 보이고...

 

그런데!!

형이말한 라디오 지지직하는 소리는 안나더군.. 한번이라 근가 싶어 두어번 더 가봤는데 형이말한 이상한 소리는 결국 나지 않았어..(전파가 안닿는지 중간쯤부터 좀 끊기던 것 외에는..)

역시 헛소문이네 생각하고 잊고 지내다가 일주일 쯤 지났을 때였나 아저씨와 나 형 셋이서 오랜만에 산골을 내려와 춘천에서 닭갈비뜯고 노래방도 갔다가 농장에 되돌아가는 길이었지(그날이 바로 주인할배와 아저씨가 소마릿수로 다투던 날이었지 - 전판참조)

고속도로를 타고 갈까하다 그냥 낮에 다니던 그 잼버리 국도를 통해서 아무생각없이 가고있었어 난 옆에서 아저씨는 뒷좌석에서 자고있었고.. 그때시간이 1~2시 사이였었나

지금 글쓰면서도 그때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괄약근이 움찔할정도로)

잘 가던 형이 갑자기 아아악 하고 소스라치면서 급정거를 하길래 나도 화들짝 깼어 눈을 떠 보니까 그 터널인거야

근데 터널에 불은 띄엄띄엄 들어와있고 시동은 왜인지 꺼져있고 형은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핸들에 머리박고 괴성을 지르고 있는데다 정말 진짜 무서웠던 그건 바로 그 라디오였어 지지직 끼익끼이익 하는 쇳소리에 따다닥하고 뭔가 타는소리, 그리고 꼬마애들 울부짖는 소리에 뒤섞인 비명소리가 라디오에서 엄청나게 크게 울려나오고 있는거였지 나도 반쯤 정신이 나가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 그 분위기는 정말 지옥같았다

 

옆에 형은 완전히 겁에 질려서 불러도 머리박고 괴성만 지르고 있고 나도 무서워서 형 팔꼭잡고 그렇게 몇분을 있었는지 몰라 그러다 누군가가 우리 차 창문을 마구 두들기는거야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세요?" 딱딱딱.. 그제서야 난 정신이 돌아오게 됐지(그때 그 사람은 차안을 둘러보다 뒷좌석쪽을 보고는 소스라치며 돌아갔던것 같아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람말이 지나가다 보니 터널 한 가운데서 차가 경적울리며 가만히 서있길래 뭔일있나 싶어 와본거라더군 정말 무슨 가위눌리다 깬것처럼 정신차려보니까 굉음을 내던 라디오에선 사노라면 노래 나오고 있었고 불도 거의 나갔던 터널도 몇개만 빼고 전처럼 훤하게 비추고 있더라 형은 그때까지도 덜덜거리면서 울고있었고...

 

웃기게도 아저씨는 지금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뒷좌석에서 편히 자고 있더라

결국 패닉상태가 된 형은 조수석에 옮기고 내가 운전하고 가려는데 나도 아주 맥아리가 풀려서 핸들돌릴 기운도 안나고 자고 계시던 아저씨를 깨워서 자초지정을 얘기했더니 피식 웃으면서 원래 터널같은데서는 주파수가 약해지면서 다른 잡 주파수가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괜한 헛소문을 의식하니까 착각한거라고 치부해버리니 할말이 없더라 착각도 정도가 있지... 옆에 형은 아직도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찌질하게 계속 울고 있었음 ㅋㅋ)

결국 아저씨께 운전대좀 잡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도 피곤하다면서 그냥 좀 더 가다보면 펜션이 하나 나올거라고 거기서 좀 자고 아침에 나서자고 하시길래 그러자고 했지

그렇게 간 곳이 바로 청곡 리조트였어...

 

 

 

나중에서야 형에게 듣게 되었는데, 그때 그 터널에서 어찌 된 일이었냐면 처음에 터널에 진입할때부터 라디오가 지지직 거리기 시작했다더군 그러다 중간쯤 갔을때 갑자기 터널벽에서 겔로퍼같은 차가 달려나왔다라는거야 급정지 할 틈도 없이 정면에서 갑자기 피투성이 애가 뛰쳐나왔고 그 애를 치는 순간에 난 잠에서 깼던 것이었고 안타깝게도 형은 그 이후를 기억못하더라고..

난 아무것도 본게 없었는데.. 터널안에는 아무흔적도 없었고 형은 분명 헛것을 본거겠지만 나는 알아 그말이 사실이라는걸.. 형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나 또한 옆에서 악몽같은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 

내가 그때 본 그것들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청곡리조트

내가 그 청곡 리조트를 가게 된건 터널에서의 악몽을 겪고 난 후였어

아저씨가 말한 루트를 따라 얼마 지나지않아 나타난 그곳은 리조트라 하기엔 규모나 시설면에서 좀 부족함이 있는 그런곳이었지

처음에 들어설때부터 왠지모를 부조화가 느껴지긴 했지만 비성수기고 한밤중이라 적막해서 그런가 생각했어(좀 떨어진 계곡의 물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리는 듯한..)

차를 세우로 아저씨와 입구에서 관리인 아저씨를 찾는데 공터 느티나무 아래에 왠 꼬마 여자애가 앉아있더라

다가가서 너 지금 몇시인데 여기서 뭐하냐고 물어봤지

자기는 아빠를 기다리는데 물어보니 출장을 가셨고 엄마는 집에 계시다나 가을철에 이런델 놀러와서 무슨 애새기 버리고 갔나 생각했어(지금도 생각나는게, 한 20년만 젊었으면 할 정도로 예쁘장한 꼬맹이였었다 ㅋ 뭐 그렇다고)

그러면서 여기 관리인은 어디계시나 물었더니 먼발치를 응시하며 벤치에 앉아있던 꼬맹이는 아무말 없이 펜션으로 쪼르르 들어가 버리더라

시크한 매력에 도취되 멍때리고 있는데 바로 옆건물에서 관리인 아주머니가 나오길래 아저씬 방을 잡고 난 형을 깨우러 갔지 

차에서 초췌한 몰골로 비시시 일어나던 형이 두리번대더니 갑자기 날보고 아아악 소릴 지르는거야 너 정말 왜이러느냐고 도대체 여기가 어딘데 날 왜 끌고왔냐면서 까무라치는데, 그냥 딱봐도 정신나간 사람의 표본이었어

난 형이 완전 미쳤구나 생각했지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심각해 보이던 형은 끝까지 안간다고 괴성만 질러대길래 그럼 그냥 차에서 자라하고 펜션으로 돌아왔지

낼 아침까지 저러면 병원엘 데리고 가든지 해야겠다 생각하며 펜션으로 돌아가는데 주인아줌마가 날 붙잡더니 "학생 그쪽방 말고 요앞 건물에서 자요 학생보니까 아들생각나서 좋은 방 주는거야" 라며 측은한 눈길로 보더군(왜 학생이라 했는진 모르나 그때분명 나보고 학생이라 했었다 - 잘생긴 사람은 동안이다 라는 말이 진리인듯)

비성수기라 방이 남아도는건지  나야 뭐 남자끼리 자기도 거시기했는데 고맙다고 하고 아저씨께 인사나 드리고 자려는데 아주머니가  이미 잠든사람한테 다가가는거 아니라고  하시길래 음 주무시나보다 하고 방으로 돌아왔지

방에 들어와보니 화장품이며 가방에 흡사 누가 자던방같아 보였었는데 그땐 피곤한 탓인지 별로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

난 잠을 청했고 거의 잠들어갈 무렵 밖에서 천둥과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빈 농장을 걱정할 여력도 없을만큼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터널이후로 뭔가에 취한듯 난 그대로 잠이들어 버렸지(다음날 보니 비는 전혀 오지 않았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난 단잠을 잤고 안타깝게도 그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리조트의 전부야

 

하지만 형이 본 리조트는 많이 달랐고 다음날이 되서야 난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닳게 되었어

정오가 되서야 형이 깨우러 왔는데 지금 몇시냐고 벌떡 일어나며 보니 왠걸 바닥에 흙먼지며 온갖 잡기들이 흐트러져 있는게 말 그대로 폐가인거야

밖을 뛰쳐나가 봤더니 사방에 폴리스라인이 쳐져있고 바닥은 온통 황토색 흙먼지뿐이고 곳곳에 부서진 건물들..(그곳은 강원도 수해재해지역이었고 불법시설 및 토지확장으로 좁아진 계곡폭으로 인해 더욱 큰 피해를 입은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수해복구지원이 없어 폐건물 상태로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래 그곳에서 난 하룻밤을 잔거였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형의 충격적인 말에 난 더욱 혼란스러웠지

"너 임마 지금은 좀 정신이 돌아왔냐 너때문에 내가 어제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너 어제 장난아니었어 혼자 계속 중얼거리면서 날 이딴데로 끌고와서 자자고? 터널에서 미친꼴 겪고 환장하는 줄 알았는데 너까지 그러니 차에서 뛰쳐내리고 싶더라"

난 뭐라 할말이 없었어 지금 이 상황이 분명 꿈은 아닐테니까 그러다 문득 아저씨는 어디가셨냐고 물으려다 퍼뜩 뇌리를 강타하는 한가지 기억이,  분명 아저씨는 어제 우리랑 밥을 먹고 건초갖다 놓는다고 먼저 들어가셨다는 것이었어.. 그래 애초에 아저씨는 계시지도 않았던 거야 난 어제 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거지?

문득 간밤에 꼬맹이가 달려갔던 그 쪽, 아저씨가 주무시던 펜션을 봤더니 거긴 휑한 낭떠러지였고 그 아랜 퍼런 계곡물만 보였어 이미 예전에 급류에 깎여 나간 곳이었지

난 대체 어제 누구와 얘길 나눈것이며 그저 환상들을 본것인가? 형 말로는 터널 이후로 눈빛부터 이상해졌다더라

흡사 귀신들린마냥... 평생 귀신따위는 이라며 살아온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어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지

 

어느날엔가 소똥좀 치우다 점심먹고 낮잠좀 자려고 했을 때였어

방에 누워있다가 머리맏에 달력을 봤거든 난 첨에 그 달력이 누워서 편히 보려고 여따 달아놨나 생각했었지 근데 치마도 들춰보고 싶은게 남자의 욕구라고 무심결에 달력을 들췄는데 거기에는 흡사 누가 교묘히 가린것처럼 누런 피얼룩에 전에 말한 낙서들이랑 '이곳은 저주받았다' '살고 싶으면 이 농장을 떠나라' 이런 낙서들이 써 있던거야

 

그러면서 형에게 소에게 밟혀죽은 최씨아저씨 얘길 들었고, 당연히 이방에선 최씨아저씨가 묵었을 것이며 그 아저씨가 쓴 것이라 장담할순 없지만 내가 sex라고 응답한 그 낙서는 분명 나에게 아니 이방에 묵을 누군가에게 보내는 경고메시지 였던것 같아

 

이후로도 농장 길바닥에서 피까 뿜어져나오는 꿈을 꾸질않나 까마귀들이 내 몸을 뜯어먹는 꿈부터(그때 까마귀가 내 존슨을 쪼려는 순간 안되 거기만은!! 이라며 깼던것 같다)

생사람이 몸에 무슨 음기를 그렇게 많이 묻히고 다니느냐며 꿩칼국수집에서 만난 무속인이 했던말과

 

밤마다 울어대는 정체모를 짐승소리에 공허한 눈빛으로 아무곳이나 응시하며 미친듯이 짓어대는 개들

그리고 그에 맞춰 점점 짙어지는 아저씨의 주사...

그렇게 얼마지나지 않아 난 소무덤을 목격하게 되었지만 난 그곳을 뛰쳐 나와서야 그 낙서의 의미를 깨닳게 되었지

 

아저씨의 집중 타겟이 되었던 3구의 소들, 그 소들이 바로 전에 같이 일하던 최씨아저씨를 밟아 죽인 젖소가 있던 우사였고 전에 영양실조로 부실한 새끼를 낳았던 우두머리소가 있던 곳이기도 했지(내가 뛰쳐나오던 당시까지도 그 우두머리소는 완전 삐쩍마른채 살아있었다)

전에도 말했던 그 최씨아저씨의 죽음은 그냥 들어보면 그럴만도 하겠구나 생각들 수 있었을거야 지만 소에 대해 좀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의문을 가졌을거야 요점은 최씨아저씨는 떠밀려 오는 소들에게 채여 죽은게 아니라  밟혀 죽었다는 말이지 쉽게 말해 소들이 우두머리소를 선두로 최씨아저씨를 그냥 밟아죽였던 거야(구태여 부연설명은 안하니 의아한분은 사바나초원의 누우떼한테라도 물어보시길)

 

'사방에서 음기가 솟우치니 내 정신이 미묘해지어다'  '너희는 무슨죄로 이곳에 태어나 살고 죽는것이냐'


그곳에서 미친건 아저씨 뿐만이 아니라,

 

이미 소들부터가 아니 농장 전체가 미쳐있었고

 

심지어 나까지도 미쳐가고 있었던거지

 

 

 


그 농장은 예전에 농촌진흥청인가에서 소에게 질병테스트를 하던 곳이라 들었고 속칭 소들의 마루타가 있었다고 하는 곳이었어 때문에 소농장이 깊은 산중에 있게 된 까닭이고.. 이 얘기는 내가 처음 왔을때 지하수를 벌컥들이켰다 배탈로 개고생을 했을때 아저씨가 해준 얘기였지 그때 죽은 많은 소들을 산 곳곳에 암매장해서 여기 물은 절대 끓여 먹어야한다고
그때 죽은 소들의 사체가 2006년 강원도 수해때 곳곳에서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인가... 이 농장은 미쳐가기 시작했던 것이지 우리 옛날 초딩때 보던 괴기랜드 같은 책에 그런말이 있었잖아 동물의 사체에서 나오는 인화수소성분이 도깨비 불을 만드는데 그 인성분을 지속적으로 흡입하게 되면 환각이나 정신분열을 일으킬수 있어서 때문에 무덤근처에 미친사람이 나도는 거라고... 뭐 그런 연유 였을거야..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의문을 남긴채 그 강원도 의 경험은 내 인생의 최대 미스테리로 남아있지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