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글보기
제목영화관 ㅊㅈ 이야기(1)2020-07-26 01:35
카테고리이야기 > 연애
작성자 Level 10


 

제가 H열 5번 자리 위치를 좋아하는데

 

(출입도 용이하고 팔걸이 2개 쓸 수 있고 이래저래 편함)

 

오래전 평일에 영화나 볼까 해서 예매를 하려고 보니

 

6번 빼고 5번만 누군가가 예매를 해두었더군요.

 

G열 5번도 있고 I열 5번도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H열 6번을 예매하고 영화를 보러 갔죠.

 

인천 CGV가 지하가 홈플러스인데

 

프링글스 양파맛이랑 음료 하나를 샀습니다.

 

팝콘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프링글스 통이 컵받이에 들어가는 편안한 사이즈라

 

영화보러 갈때 꼭 프링글스를 삽니다.

 

그렇게 주섬주섬 챙겨서

 

영화관에 들어가니 5번에 ㅊㅈ분 혼자 앉아있었더군요.

 

평일이라 굉장히 한산하더라구요.

 

사람도 군데군데 별로 없고, 옆에 앉으면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싶을정도로,

 

아무튼 자리쪽으로 가니 여자분이 절 한번 쳐다보고

 

지나가라고 다리를 비켜주더군요.

 

옆자리에 앉아서

 

음료와 프링글스와 가방을 품에 안고 어리버리하게 있으니

 

여자분이 말씀하시더군요.

 

 

 

 

 

女 : 제 쪽 컵받이에 하나 놓으셔도 되요,

 

 

 

뭐 그게 인연이 되었다는 이야기

 

나 :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ㅊㅈ 분의 호의로 가방은 내려놓고,

 

프링글스를 ㅊㅈ분 쪽에, 음료를 제 쪽에 두었습니다.

 

 

나 : 프링글스 좋아하세요?

 

女 : 아니요. 짠걸 잘 안좋아해서^^;;;

 

나 : 아. 네...;;; (시무룩)

 

 

잠시 침묵이 흐르고...

 

 

女 : 항상 이 쪽 자리 앉으시죠?

 

나 : 네?? (어떻게 알았지;;)

 

女 : 가끔 예매하려고 보면 항상 제가 앉은 자리에 예매가 되있더라구요. 그것도 혼자.

 

      그래서 그쪽분 아닌가 싶어서요.

 

나 : 저 맞는것 같네요..;; (뜨끔!! 여자친구가 없으니 항상 혼자일 수 밖에...)

 

      뭔가 되게 민망한데요. 하하;;;;

 

 

다시 침묵...

 

 

女 : 영화 좋아하시나봐요? 혼자도 잘 보러 다니시고.

 

나 : 막상 보고싶은 영화 생기면 같이 볼 사람이 없더라구요. (안생깁니다. 안생겨요)

 

女 : 여자친구 없으신가요?;;;

 

나 : 헤어진지 꽤 오래 됬어요.

 

      그러고 보니 그쪽 앉아있는 자리가 항상 여자친구를 앉혀두던 자리였었죠.

 

女 : 아. 그러셨구나.

 

 

 

 

 

아무튼 그렇게 영화 시작되기전 뜨문뜨문 대화와 침묵이 오가다가 영화가 시작되었죠.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 보는 동안에는 별 다른 대화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영화에 집중.

 

은 개뿔-_- 신경쓰여서 프링글스가 코로들어가는지

 

영화가 음료를 마시는지 뭐 아무튼 잡생각만 들더군요.

 

(말 걸어볼까, 옆에서 보니 이쁘네, 담배 피우고 싶네, 아 오줌마려 기타 등등)

 

그렇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영화가 끝나버렸어요.

 

그리고 스텝롤이 올라가고 몇 안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상영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스탭롤을 보는건 영화를 잘 봤습니다. 라는 예의 표시라는)

 

아무튼 ㅊㅈ분도 일어나지 않고 스탭롤을 같이 지켜보고 있더군요.

 

(혹시... 말 걸어주길 기대하는건가...)

 

라는 미친 착각과 함께 용기내어 말을 걸었습니다.

 

 

 

 

 

나 : 재밌네요 영화. 생각보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 쭈뼛거리며 말했던것 같음. 등신같기 짝이 없..;;)

 

女 : 네. 그런것 같네요^^

 

나 : 저.......................

 

女 : ??????????????

 

나 : 커피...... 좋아하세요?

 

女 : 아니요. 그렇게 썩 좋아하진 않아요^^;;;;;;

 

나 : 아...네......;;;;; (내 인생 뭐 그렇지 뭐....)

 

 

 

 

 

 

 

 

 

 

 

 

 

 

 

 

 

 

 

 

女 : 배고프시지 않아요? 난 배고픈데^^

 

 

 

 

 

뭔가 빵 하고 머릿속에서 터져버린 기분이랄까.

 

할렐루야~ 할렐루야~ 라는 합창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ㅊㅈ 의 기적같은 호의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P.J. 호건 감독님 사랑합니다ㅠ)

 

 

나 : 뭐 좋아해요?

 

女 : 아무거나 다 잘먹어요. 돼지라서ㅋㅋㅋ

 

나 : 뭐 딱히 지금 드시고 싶은거 있어요? (그대가 돼지면 내 주변 여자사람 친구들은 뭐란말임;;;;)

 

女 : 순두부 좋아해요?

 

나 : 엄청 좋죠. 구월동에 순두부 잘 하는데 있는데. (24시간이라 술먹고 막바지로 들리는)

 

女 : 북창동 순두부!!!!!

 

나 : 어? 아시네요 거기 자주 가세요?

 

女 : 예전엔 완전 자주갔었어요 친구들이랑ㅎ 매운거 좋아해서.,

 

나 : 아 저도 항상 술먹고 막 차로 들렀죠. (그대도 술먹고 들리시나요 혹시;;;;)

 

      근데 제가 차가 없는데... 택시탈까요? (구월동 CGV에서 로데오 까지 약 1키로 좀 넘는 정도 되는 거리)

 

女 : 무슨 그 거리를 택시를 타요ㅋㅋ 걸어가지

 

나 : 하하;; 혹시나 해서요.

 

女 : 근데 나이랑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나 : 전 27 이고, 여XX 이에요

 

女 : 아. 저보다 오빠시네요. 전 22 고 김XX 에요.

 

나 : 어리셨구나 하하;;;

 

女 : 늙어보여요 제가?ㅋㅋㅋ

 

나 : 아니 그런게 아니라요.;;

 

女 : 농담이에요ㅎ 말편히 하세요 저보다 오빤데ㅋ

 

나 : 그...그럴까... (오빠라는 단어엔 뭔가 심장이 쪼물거리는 기분이 있지요)

 

 

그렇게 등신같은 마인드와 멘트로 순두부집까지 잘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시키고 숟가락을 놔주었습니다.

 

 

女 : 여자친구분이랑 헤어진지 얼마나 되셨어요?

 

나 : 햇수로 2년 됬어ㅎ 넌?

 

女 : 네??

 

나 :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음..........

  

 나 :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음...........

 

나 : ...........

 

 

갑자기 ㅊㅈ분이 뜸을 들이더군요. 대단히 짧은 순간이었는데 역시 오만가지 상상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설마 남자친구가 있는건가. 난 그저 밥셔틀일 뿐인가. 바람둥이? 왜 따라왔지.

 

그저 순두부가 먹고 싶었나. 아 뭐지. 오줌마려. 담배피고 싶네 등등...)

 

 

女 : 맞다! 오빠 이 카메라 뭐에요? 되게 신기하게 생겼다.

ㅊㅈ 분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제 카메라를 잡고 말을 하더군요.

 

 

나 : 아 그거. 자이즈 이콘에서 오래전에 나왔던 자이즈 이콘타 라고, 6x9 포멧 중형 RF에 렌즈가 텟서...............

 

女 : ...................

 

나 : ...................(아... 이런 등신...;;;;;;;;;;;;;;;;)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어요.

 

 

女 : 오빠...

 

나 : 으...응???;;;;;

 

女 : 사진 찍는거 좋아해요?

 

나 : 음... 좋아하지 많이.

 

女 : 우와. 오빠 사진 잘 찍겠다!!

 

나 : 하하;; 그정도는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근데 너님 남자친구 있냐고;;;;)

 

女 : 저도 사진 배우고 싶은데. 나중에 저도 사진찍는거 알려줘요.

 

나 : 물론이지. 언제든 가르쳐 줄게ㅎㅎㅎ (그러니까 남자친구 있는지 가르쳐줘)

 

女 : 전 카메라 집에 하나 사놓고 잘 안찍고 있어요ㅠ

 

나 : 뭐 쓰는데? (일단 남자친구.........;;;)

 

女 : d400 이었나....;;;

 

나 : 400d 겠지ㅋ 캐논꺼 맞지?

 

女 : 맞아요ㅎㅎ 오빠 카메라 잘 아나보다

 

나 : 그냥 뭐ㅎ

 

 

그렇게 남자친구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고.

 

밥이 나와버렸습니다....

 

女 : 와. 맛있겠다.

 

나 : 많이 먹어^^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내 질문까지 먹진 말고)

 

女 : 근데 오빠 백수에요?

 

나 : 쿨럭... (물 마시다가 뿜었...)

 

      아니 백수는 아니고 휴가 냈어...

 

女 : 아. 그렇구나ㅋ 평일에 영화보시길래요

 

나 : 은행업무좀 보고 겸사겸사ㅋ

 

      아 넌 학생이야?

 

女 : 네. 근데 휴학중이에요ㅎ

 

나 : 휴학? 왜?

 

女 : 그냥ㅎ 사정이 좀 있었어요ㅎ

 

나 : 아... 그렇구나. 불편하면 안 물어볼게.

 

女 : ^^;;;

 

 

그나저나 뭔가 많은 사정이 있어보였는데

 

쉽게 물어보진 못하겠더군요.

 

그냥 이런 저런 대화 하면서 밥을 먹다보니. 제가 밥을 빨리 먹는 스타일이라

 

제가 밥 한공기를 다 비우니 ㅊㅈ 는 반도 넘게 남았더군요

 

 

女 : 어? 벌써 다 드셨어요?

 

나 : 응ㅋ 내가 좀 빨리 먹는 편이라서.

 

女 : 급하게 드시면 체해요. 제것 좀 더 드실래요?

 

 

잠깐 생각을 좀 하다가 거절하면 ㅊㅈ가 기분나빠 할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나 : 응. 고마워ㅋ

 

 

ㅊㅈ가 밥을 덜어주며 묻더군요.

 

 

女 : 오빠 근데 무슨일 하는지 물어봐도 되요?

 

나 : 박스 주워. 빈병 모으고.

 

女 : 네?

 

      하하하하. 그게 뭐에요ㅋ

 

나 : ㅋㅋㅋ 그냥 회사다녀. 월급쟁이

 

女 : 카메라가 특이해서 사진찍는 분인줄 알았어요.

 

나 : 예전엔 일로 했고 지금은 그냥 회사. 카메라는 항상 들고다녀 언제나.

 

女 : 나도 그래야 하는데ㅠ 우리 땡땡이는 집에서 놀고 있음요ㅠ

 

나 : 땡땡이?

 

女 : ㅇㅇ 땡땡이 400 이잖아요.

 

나 : 하하하. 재밌는 애칭이네.

 

女 : 오빠 술 잘해요?

 

나 : 응. 엄청 좋아하는데

 

女 : 그래보였어요ㅋ

 

나 : 다들 그렇다고 얘기하더라ㅋ(수염 덮수룩...)

 

      넌 술 좋아해?

 

女 : 그냥 분위기만 좋아해요. 술은 잘 못하고.

 

나 : 주량이 얼마나 되는데?

 

女 : 음... 한병 좀 못마셔요.

 

나 : 보통이구나ㅋ (한병 마시러 가자 우리)

 

 

그렇게 밥을 다 먹고 조금씩 정리를 하고 나왔어요.

 

나와서 담배를 하나 입에 무니 ㅊㅈ가 만원짜리 한장을 슥 건네 주더군요 (뭐지 이거..;;;)

 

 

나 : 응? 이게 뭐야?

 

女 : 우리 오늘 초면이잖아요ㅎ 염치없이 어떻게 얻어먹어요ㅎ 더치페이!!

 

나 : (이쁜것ㅋㅋㅋ) 이정도야 내가 사줄수는 있어. 그냥 차라리 차 한잔을 네가 사는게 어때? (나름의 흐름 유지를 위한 발악)

 

女 : 아 오빠 미안요. 오늘은 부모님과 할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나 : 그...그래...;; (내가 실수했니... 남자친구 괜히 물어본건가...)

 

 

그렇게 뭔가 거절의 뉘앙스를 느끼고 시무룩해져 있는데.

 

 

女 : 오빠 연락처 물어봐도 되요?

 

나 : 응 물론이지. (환영한단다.)

 

 

연락처를 불러주며 제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낸 순간. 아차....

 

 

女 : 아하하하하. 오빠 뭐에요 핸드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외모완 어울리지 않게 키티 좋아합니다. 그래서 폰도 키티로 꾸민 키티폰이었습니다....

 

 

나 : 아... 내가 키티를 많이 좋아해서... (아 쪽팔려....;;)

 

女 : 오빠 은근 귀여운면 있네요ㅋㅋㅋ 자 여기.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헤어지는 순간.

 

 

 

 

 

女 : 다음엔 차 말고 술한잔 같이 해요^^

 

 

 

 

 

꾸질한 솔로남에게도 봄날은 찾아왔나봅니다.

 

헤어진 후에 전 교보를 들렀습니다.

 

문자 몇통을 안부식으로 주고 받았죠.

 

그리고 나서 12시 가까이 시간이 되어가고

 

내일의 야근인생을 위해 잘 준비를 하였죠 (야근야근 열매 능력잡니다ㅠ 대한민국  scv 들 화이팅이요ㅠ)

 

그리고 누웠는데 '부르르르르르'

 

문자가 왔더군요.

 

누구야 이시간에. 하면서 전화를 보니.

 

 

女 : 오빠 자요?

 

 

하하핫. 왠지 문자가 몇통 오간게 없어서 뭔가 섭섭해 했는데 기분이 좋더군요.

 

 

나 : 아니요. 안자ㅎㅎ (그럼요. 자다가도 일어날걸요)

 

女 : 다행이에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 보내놓고 걱정했는데.

 

나 : 넌 아직 안자? 안자고 뭐해?

 

女 :  휴학하고 나서 좀 늦게자요ㅠ

 

나 : 일찍일찍 자야지. 그래야 새나라의...

 

女 : ㅎㅎ뭐에요. 근데 오빠 내일도 쉬어요?

 

나 : 아니. 내일은 출근하지.

 

女 : 음. 그럼 밤에는 못나가겠다...

 

나 : 그렇지ㅠ 평일엔 술도 안마셔ㅠ 6시에 일어나서 출근준비 해야 하거든ㅠ

 

女 : ㅠㅠ힘들겠네요 벌써 12신데 얼른 주무셔야 할듯.

 

나 : 어차피 회사란 무한 퀘스트의 반복. (개드립 작렬)

 

女 : 네??ㅋㅋㅋ 뭐에요 그게ㅋㅋㅋ 재밌다

 

나 : 퀘스트를 성공해도 보상은 없어ㅠㅠ

 

      대신 한달에 한번씩 골드가 생기지

 

女 : 아 오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 골드를 많이 모으면 탈것이 생기기도 해,

 

女 : 아 완전 웃겨ㅋㅋㅋㅋ

 

나 : ㅋㅋㅋ언젠가 너도 알게 될거야. 고급 NPC 에게 까이는 설움을ㅠ(이 아이. 개그 코드가 나와 비슷하다...ㄷㄷㄷ)

 

女 : 불쌍하다ㅠ 힘내요.

 

나 : 응. 고마워ㅋ 근데 언제 자니?

 

女 : 음........ 이제 곧 자야죠^^

 

나 : ㅎㅎ잘 자고 좋은 꿈 꿔

 

女 : 네, 고마워요ㅎㅎ

 

 

이렇게 문자를 마무리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을 자려고 폼을 잡습니다.

 

그 순간 -부르르르르르-

 

 

 

 

 

 

 

 

 

 

 

 

 

 

 

 

 

 

 

 

- 내일 디자이너 방문 온단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준비하고 있어. -

 

 

 

 

 

아놔....ㅡ_ㅡ

 

ㅊㅈ 인줄 알았네

 

그렇게 회사에 사수의 문자를 받고 나서.

 

아 내일 출근하면 좀 피곤하겠구나 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또 '부르르르르'

 

아 뭐야 진짜-_- 하면서 문자를 봤는데

 

 

女 : 오빠 혹시 주말에 바빠요?

 

 

아 이런 아름다운 문자가ㅠ

 

디자이너 방문예약 으로 짜증이 나있던 심신이 녹아내리는 기분이군요.

 

문자에서 후광이 납니다.

 

 

나 : 아니 아직 약속 없는데 (약속이 있어도 깨버릴 기세)

 

女 : 아. 그럼 안바쁘시면 주말에 술한잔 하실래요?

 

나 : 응. 뭐 상관 없는데. (어익후 이런. 땡큐베리 감사)

 

女 : 토요일도 일해요 혹시?

 

나 : 가끔 일할때 있는데 보통은 쉬어ㅋ

 

女 : 그럼 금요일 저녁에 뵐까요?

 

나 : 응. 그래ㅎㅎ (토요일도 좋다. 일요일은 안좋다ㅠ 얼싸쿠나~)

 

 

그렇게 간소하게 문자를 주고 받고.

 

금요일이 되기만을 기다렸죠.

 

12시 넘었으니 목요일이다. 으하하하하

 

디자이너 방문건도 마냥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이렇게도 한번 해주시구요 저렇게 저렇게도 한번 해주세요 라는

 

디자이너의 이것저것 요구도 클래식 처럼 들려오는 하루랄까요ㅋㅋㅋㅋ

 

 

그리고 금요일 당일.

 

 

女 : 9시에 구월동 밀러 앞에서 봐요

 

나 : 응. 그때 보자.

 

 

혹시라도 약속이 펑크날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은 확인 문자는 참 달콤하기 짝이 없더군요.

 

이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사수가 다가와서 한마디 던지고 갑니다.

 

 

사수 형 : 야. 너 내일 출근하냐?

 

나 : 왜요? (ㅡㅡ 나의 앞길을 해 하려는 악의 무리냐)

 

사수 형 : 거래처에서 요청한 패턴 다 화요일까지 보낼수 있겠어? 토요일 나와야 할것 같은데?ㅋㅋㅋㅋ

 

나 : 안나와-_- 못나와요-_- 절대. 네버 (훠이훠이)

 

사수 형 : ㅋㅋㅋㅋㅋㅋㅋ잘 만나고 와. 엄한짓 하지 말고

 

나 : 알겠어요 형ㅋㅋㅋㅋ

 

 

휴게실에서 담배피우며 뻑하면 여자 얘기 나누는 친한 형이라 ㅊㅈ 얘기도 했었죠

 

아무튼 그렇게 응원(?) 의 말도 받으며 퇴근시간이 되기만을 카운트 처럼 기다립니다.

 

이날만큼은 야그너의 야근도 칼퇴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리고 만나기 전에 미용실에서 머리도 좀 정리 하고,

 

이래저래 두근거리며 있다보니 약속시간이 순식간에 다가오더군요.

 

예전에 해석남녀(맞나요 남희석이랑 이휘재가 진행하던)에서 약속시간에 10분정도 늦으면 기대심을 증폭시켜 주며

 

좋은 효과를 얻을수 있다고 했지만

 

일단 개 풀뜯어먹는 소리 같고 정확히 10분 일찍 8시 50분에 약속시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담배 한대에 불 붙이고 반정도 피우자 멀리서 ㅊㅈ의 자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시람 많은 구월동에서 한눈에 띄는 후광 나는 ㅊㅈ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ㅠ

 

 

女 : 오빠 벌써 나와있었네요? 많이 기다렸어요?

 

나 : 아니야ㅋ 나도 방금 왔어 (1시간도 기다릴수 있단다)

    

      저녁은 먹었어?

 

女 : 아까 먹었죠ㅎ 오빤 안먹었어요?

 

나 : 응 나도 먹었어. (안먹었어. 배부르면 배나와보일까봐)

 

 

그렇게 술집으로 자리를 이동하는데 아뿔싸.

 

구월동의 주말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었지요.

 

 

-죄송합니다 손님. 자리가 없네요.-

 

 

아니 이자식들 술만 마시러 다니나ㅠ

 

그렇게 3군데를 돌아다녔지만 돌아오는건 자리없다는 소리 뿐.

 

난감해 하고 있는 저에게 ㅊㅈ가 한마디 하더군요.

 

 

女 : 후아... 주말엔 정말 사람 많구나. 오빠 우리 주안 갈래요?

 

나 : 주안? 그럴까?

 

 

그렇게 택시를 잡아타고 주안으로 이동하기로 했지요.

 

택시 안

 

 

나 : 술마시러 자주 다니나봐?ㅋㅋㅋ

 

女 : 아니에요ㅋㅋㅋ 그냥 친구들이랑 다니는데가 다 거기서 거기라서.

 

나 : 주안이라... 오랫만에 가네.

 

 

주안은 역시 구월동보다 한적했습니다.

 

눈에 띄는 호프집으로 들어가서 안주를 시켰지요.

 

그리고 한잔 두잔 술이 들어가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던 중.

 

 

女 : 오빠.

 

나 : 응?????

 

女 : 영화관에서 제가 앉았던 자리에 늘 여자친구가 앉았다고 했죠?

 

나 : 응?? 아.. 맞아.

 

女 : 제 남자친구도 오빠 자리에 항상 앉았어요.

 

 

콰과광!!

 

호프집 천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군요.

 

남자친구라니... 남자친구라니...

 

아 놔 이런...

 

그러면 그렇지

 

내인생 뭐ㅠ

 

 

나 : (애서 감정을 추스리며...) 남자친구가 있었구나...

 

女 : ..............

 

나 : ..............

 

     근데 주말에 남자친구 안만나?

 

女 : 남자친구가... 맞나... 잘 모르겠네요.

 

나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女 : 갑자기 연락 끊긴지 반년이 넘어가요. 소식도 없고. 헤어지잔 말도 못들었으니 헤어진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나 : 아... 그랬구나... 뭐하는 사람인데? (이런 썩을놈이 이런 ㅊㅈ를 ㅡㅡ)

 

女 : 군인이에요.

 

나 : 아 군...이...ㄴ..... (이 자식이 점점 미워지기 시작하다 고마워짐)

 

      근데 왜 갑자기 연락이 끊겼는지 감이 안잡혀? 이유도 모르고?

 

女 : ................

 

 

세상은 참 불공평 합니다.

 

이런 썩을 군바리 자식이ㅠ

 

누군 생기고 누군 뭘 해도 안생기고.

 

(한반도 전역에 폭설이 끊이질 않게 하소서ㅠ 그자식 부대에 사단장과 군단장과 참모총장이

 

주 단위로번갈아 가면서 방문하게 하소서ㅠ)

 

아무튼 분위기상 더 묻지는 못하겠고 화제를 돌리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러다 보니 ㅊㅈ의 주량도 어느정도 넘어간것 같아 보였죠.

 

화장실을 갔다 오겠다던 걸음이 조금 휘청휘청.

 

 

그리고 갑자기 화장실을 갔다 와서 맞은편이 아닌 제 옆에 앉더군요.

 

일단 당황;;;;

 

 

나 : 응?????;;;;; 네 자리는 저쪽.....;;;; (정말 많이 취했나;;;)

 

女 : 오빠 향수 뭐 써요?

 

 

원래 저는 폴스미스 익스트림을 씁니다. (꼼꼼히 뿌리지 못해서 오드 사서 막 뿌림)

 

근데 들은 얘기로 ㅊㅈ 들이 페라리 블랙 향을 좋아한다고 해서

 

취향이 아니라도 뿌리고 나왔었죠. (ㅊ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 : 응??;; 지금은 페라리 블랙.

 

女 : 역시ㅋ...............

 

나 : 응??? 뭐가???

 

女 : 남자친구가 이 향수만 썼거든요ㅎㅎ 그래서 기억나요

 

나 : 아... 그랬구나... (이 썩을 군바리 자식이ㅡㅡ 목욕탕 아저씨 스킨이나 쓸 것이지)

 

 

그리고 ㅊㅈ는 뭔가 혼자 멍하니 생각을 하는듯 보이고

 

잠시동안의 침묵

 

 

 

 

 

女 : 오빠 노래 잘해요?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